이 조직 회원은 금세 33명까지 늘어났다. 모임을 결성한 A씨가 회장직을 맡았고, B(39)씨는 총무 일을 봤다.
이들은 스티커를 만들어 택시에 부착해 회원 차량을 구분할 수 있도록 표시했다. 이와 함께 무전기를 이용해 회원들끼리 연락하며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손님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했다. 이들은 장거리 손님만을 골라 자신들이 운영하는 조직 택시에 탑승시켰다. 근거리 손님은 아예 승차를 거부하거나 다른 택시에 태우는 등의 방법으로 영업을 독식했다.
특히 이들은 일반 택시가 청주공항 택시승강장에 대기하고 있으면, 그 앞으로 자신들 소속 택시를 줄을 세워 손님을 가로채는 일명 ‘새치기’를 조직적으로 운영해 다른 택시가 승객을 아예 태우지 못하도록 했다.
이들은 일반 택시 조수석에 번갈아 올라타 욕설을 퍼부으면서 “청주공항에서 나가라”고 위협해 해당 택시를 쫓아내는가 하면, 한 택시기사는 “승차거부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택시를 출발하게 하고는 중간에 내려 다시 돌아오는 방법으로 영업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 단체 소속 택시기사 C(47)씨는 일반 택시가 청주공항 택시 승강장에 들어서자 자신의 문신을 보여주며 “우리 공항택시 조직인데 우리 식구도 아닌데 왜 기어 들어오느냐. 조직의 쓴맛을 보여줘야 하느냐”며 “징역 나온 지 얼마 안 됐고 한 번 때리고 6개월 살다 나오면 된다. 너 계속 여기 들어오면 때려죽인다”고 욕설을 퍼부으며 위협을 가해 쫓아내기도 했다.
2018년 10월8일쯤 청주국제공항에 내린 승객 Q(32)씨는 C씨의 택시에 올라탔다. Q씨가 근거리를 목적지로 말하자 C씨 “거기를 왜 택시를 타느냐. 버스나 타고 가라”며 승차를 거부했다.
이에 Q씨가 “승차거부로 신고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C씨는 “신고해봐 **새끼야. *새끼야. 신고할 수 있으면 해봐”라고 욕설을 하며 손으로 Q씨의 턱을 잡아 밀치고, 주먹으로 가슴을 폭행하기도 했다.
Y씨는 청주시에 이들의 승차거부, 영업방해 등에 대해 민원을 넣었지만, 수년 동안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시설 보강을 통해서라도 이들의 횡포를 끝내달라고 방안까지 제시했지만, 시에서는 공항공사 측의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한 충북지방경찰청은 이들에 대해 수사를 벌여 지난해 3월 A씨 등 택시기사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당시 수사결과 이들은 비행편이 많지 않은 청주공항 특성상 장거리 손님을 태우려면 2-3시간씩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짓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택시기사는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이었다.
재판부는 “이들은 사조직을 만들어 장거리 손님을 독점하고 다른 기사의 영업 방해도 모자라 상해를 가하기도 했다”며 “피고인들의 행태는 조직폭력배와 똑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강한 처벌을 원하고, 범행 과정에서 발생한 승차 거부, 바가지요금 등 폐해로 도시 이미지를 실추시킨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고인들보다 나이 많은 피해자들이 극심한 수치심과 모욕을 느꼈고, 승차거부에 항의하는 승객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과 함께 범행에 가담한 총무 B(39)씨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D(61)씨 등 3명에게는 벌금 300만∼4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찰 H씨는 청주공항을 이용할 때면 한쪽에 기대서서 청주공항택시 승강장의 동태를 여전히 관찰하고 있다. 혹시 이들이 못된 조직을 다시 결성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H씨는 “의도하지 않아도 시선이 절로 택시승강장으로 향한다”라며 “내가 느끼는 바로는 범죄집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택시승강장에 방범카메라를 보강하고 이를 통해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청주지사 측과 협의해 택시승강장에서 ‘새치기’를 할 수 없도록 시설을 보강했다.
택시기사 Y씨는 “시설보강과 청주시의 단속을 통해 예전과 같은 불법적인 행위는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청주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관련기관에서 세심하게 관리감독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정훈 기자 news172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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