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운전하는데 넌 졸아?" 임산부 아내 갓길에 버린 남편[법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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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6.06. 오전 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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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인화 법률N미디어인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속도로 갓길에 버려진 임신부의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임신 9주차인 A씨는 얼마전 남편과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는데, 조수석에 앉아있던 A씨는 피곤에 못 이겨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화를 냅니다. 운전자 옆에서 잠을 자는 건 이기적이라며 욕도 했습니다.

A씨는 미안하다며 사과를 건넸지만 남편의 화는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A씨는 차에서 내려달라 했고 화를 못이긴 남편은 A씨를 고속도로 갓길에 내려놓은 후 그대로 가버렸습니다.

한밤 중 고속도로 한복판에 놓인 A씨는 임신 중인 아내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이냐며 커뮤니티에 울분을 토로했습니다. 현재는 글이 삭제됐지만, 내용이 사실이라면 남편은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요?

◇임신한 아내 고속도로에 두고 간 남편, 유기일까

유기죄는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을 유기했을 경우 성립합니다.

​이때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신체에 대한 위험을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노인이나 어린아이,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 등이 대표적이며 그 외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 판단합니다.

A씨처럼 임신부의 경우라면 어떨까요? 형법은 ‘도움이 필요한 자’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성립 여부를 따지기가 애매한데요. 자정이 넘은 시간대와 임신사실 등 당시 A씨가 처한 상황을 살펴봤을 때 타인의 도움 없이는 벗어나기 어려웠다고 판단해야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방치했다 해서 항상 유기죄가 성립하는 건 아닙니다. 서로 ‘보호의무’가 있는 관계일 경우에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요. 예컨대 길을 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도움을 주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보호할 법률상 혹은 계약상 의무가 없기 때문에 도의적인 비난만 받을 뿐 법적인 처벌은 받지 않습니다.​

A씨와 남편은 어떨까요? 이들은 부부이기 때문에 서로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A씨가 먼저 고속도로 갓길에 내려달라 했더라도 형법상 ‘유기’로 볼 수 있는지인데요.

판례에서는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위험장소에 두는 행동뿐만 아니라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방치하는 행동도 유기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차 세워라” 고속도로 갓길 통행한 아내, 법적 책임은​

A씨는 남편과의 말다툼 끝에 결국 고속도로 한복판에 남겨지게 됐습니다. 늦은 시간에 앞도 잘 보이지 않아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원칙적으로 보행자는 고속도로를 통행하거나 횡단해서는 안됩니다. 갓길이라 하더라도 고속도로를 통행했다면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다면 전후 사정이 참작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예컨대 남편이 하차를 강요했거나 신체적인 위협을 가해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리겠다고 했다면 위법성이 조각돼 처벌을 면할 수 있습니다.


송인화 법률N미디어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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