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장사도 안되는데…계산 안하고 먹튀한 손님 처벌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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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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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나 기자 ]


"가뜩이나 장사 안돼 죽겠는데 손님이 잠시 자리 비우는 척 하고 '먹튀'했어요."

강북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지난 1일 A씨는 서빙을 하다가 잠시 자리를 뜨는 손님들을 보고 '담배를 피우러 잠시 자리를 비우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가방까지 메고 나가는 모습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 건 오산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손님은 돌아오지 않았다.

식사와 소주 2병 등을 시킨 음식값은 3만 원대였다. 금액을 떠나 비양심적인 짓을 한 손님들이 괘씸해 경찰에 신고했고 곧이어 출동한 경찰들은 소주잔과 소주병 등을 지문 채취를 위해 수거해갔다.

A씨가 먹튀 손님들로 피해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2개월에 한 번꼴로 비슷한 일을 당한다. 처음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포기했지만 횟수가 잦아지자 경찰의 도움으로 먹튀 손님을 잡기도 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무한리필 식당을 오픈한 B씨 또한 제보를 통해 식사요금이 성인요금, 어린이요금, 36개월 무료로 나누어진 탓에 쓴웃음을 짓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36개월 미만 유아는 무료라는 점을 이용해서 딱 보기에도 그 이상으로 보이는 아이를 35개월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따지기도 번거롭고 해서 무료로 해드리지만 잠시 후 보면 35개월이었다는 아이가 쇠젓가락을 능숙하게 사용해 식사를 하더라고요. 풀메이크업을 한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아이를 초등학생이라고 하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최근 경기 불황을 반영하듯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먹튀 사례를 고발한 일들이 종종 눈에 띈다.

주점을 운영하는 C씨는 "잠시 카운터를 비운 사이에 손님이 계산을 안 하고 가버렸다"면서 "CCTV를 커뮤니티에 올렸더니 나중에 찾아와 계산을 하면서 명예훼손죄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무전취식은 괜찮고 자신의 명예는 중요한가"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말 자영업자 체감 경기지수는 1월 대비 25포인트나 하락해 역대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이 늘어났지만 부진한 내수경기 탓에 인건비 부담을 상쇄할 만한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불황 속에서 자영업자들을 두 번 울리는 것은 얌체족, 과연 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값을 치를 돈도 없이 남이 파는 음식을 먹고 값을 치르지 않는 '무전취식'을 했다면 가게 주인을 기망한 행위로 보아 사기죄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김가헌 변호사는 "자신의 수중에 돈이 없다는 것을 모르고 밥을 먹다가 도주를 했다면 경범죄 처벌법 제1조 제51호의 경범죄에 해당하므로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이다"라면서 "돈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고 무전취식을 하였다면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해자를 기망한 행위로 인정되어 사기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무거운 죄다.

하지만 무전취식에 대한 사건에 형사처분이 내려진다고 음식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돈을 받길 원한다면, 검찰에 형사조정을 신청하여 합의금을 받거나 법원에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무전취식을 하였을 때 금액이 소액이고 식당주인과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기소유예 처분이 나와 처벌이 없이 넘어갈 확률이 높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재판까지 갈 수도 있다"면서 "무전취식도 엄연한 범죄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사기죄까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움말=김가헌 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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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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