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삿바늘 잘못 찔러 사망한 아기 '병사'로…의사들 유죄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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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5.02. 오후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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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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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6개월 된 영아가 골수 채취 과정에서 주삿바늘에 깊게 찔려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이 병사(病死)로 기재됐고, 검찰은 진단서 작성에 관여한 의사들을 허위 진단서 작성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들을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고의로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게 판결 이유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 A씨, 전공의 B씨에 대해 각각 벌금 500만원,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 4일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부검 결과로 확인된 최종적 사인이 이보다 앞선 시점에 작성된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사망진단서 기재가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한다거나, 작성자가 그런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이 부검 결과 확인된 사망 원인과 일치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나, 사망진단서 작성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내용에 거짓이 있다거나 피고인들에게 허위진단서 작성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망진단서 작성 당시까지 진찰한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태변화, 진료경과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데 의사가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때 부검을 하지 않고 사망의 정확한 의학적 원인을 파악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사건은 2015년 10월 생후 6개월된 영아가 혈소판, 백혈구, 적혈구가 함께 감소하는 범혈구감소증 증상을 보여 골수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3년차 전공의였던 B씨가 수차례 골수 채취를 시도했지만 영아가 울고 보채자 잇따라 실패했다. 2년차 전공의 C씨가 이어받아 여러번 시도 끝에 골수를 채취했다. 그러나 영아는 골수 채취 이후 산호포화도와 생체 활력이 떨어지는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숨졌다.

사망 당시에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후 부검을 통해 C씨가 골수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주삿바늘을 깊게 찔러 영아의 동맥이 파열됐고 이 때문에 저혈량 쇼크로 숨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와 B씨는 이 아이의 사망 진단서를 작성하면서 사망 종류를 '병사'로, 직접 사인을 '호흡 정지'로, 중간 선행 사인은 '범혈구감소증'으로 기록했다.

검찰은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로, 사정을 몰랐다면 '기타 및 불상'으로 기재해야 했다며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며 이들을 기소했고,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500만원, B씨에게 300만원 벌금을 선고했다.

한편 A씨와 B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도 기소됐지만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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