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환경호르몬 ‘국민 아기 욕조’ 제조사에 “10만원씩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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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2.14. 오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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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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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600배 초과·KC마크 표기 논란
법원, 1심 뒤집고 항소심서 손배 책임 인정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된 아기 욕조 구매 피해자가 2021년 2월9일 아침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를 상대로 한 고소장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준치의 600배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아기 욕조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1심 판단을 뒤집은 항소심 결과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이광만)은 지난 8일 소비자 160명이 아기 욕조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한명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욕조는 생활용품 전문점에서 ‘물 빠짐 아기 욕조’라는 이름으로 5천원에 판매되며 ‘국민 아기 욕조’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욕조에서 환경호르몬이 안전 기준치의 612.5배 초과 검출됐고 어린이제품 안전 기준 검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안전을 보장하는 국가통합인증마크인 KC마크를 표시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큰 논란이됐다. 욕조에서 검출된 환경호르몬은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내분비계 교란과 간, 신장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 408명은 한명당 5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2021년 1월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 2022년 6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욕조를 제조하여 판매함으로써 원고들에게 위해를 가하였다거나 원고들이 위 욕조를 사용함으로써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피부 등을 통하여 원고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이로 인하여 사회 통념상 원고들이 어떠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업체가) 친환경 PVC를 (욕조) 물마개 소재로 사용하여 제조한 욕조 시제품에 관하여 적합 판정을 받은 후 친환경 PVC가 아닌 일반 PVC를 물마개 소재로 사용하여 욕조를 제조하였고 이에 관하여 별도의 공급자적합성 확인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마치 공급자적합성 확인을 거친 것처럼 이 사건 욕조에 (KC마크를) 표시하였다”며 “이러한 행위는 어린이제품법 ‘거짓의 표시·광고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부모인 원고들은 자녀인 원고들을 유해물질에 노출시켰다는 자책감은 물론 자녀인 원고들이 이로 인해 성장 과정에서 신체 장애를 겪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겪었다”며 “자녀인 원고들은 어린이제품법의 보호법익 주체로서 유해물질에 직접 노출되었고 그들이 조만간 인지능력을 갖추게 됨에 따라 이에 관한 정신적 고통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며 소비자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업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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