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형 명의로 대출받고 돌아가신 모친 계좌서 슬쩍... 사망자 명의 도용 선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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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2.04. 오후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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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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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은행서만 무단 인출 6881억 달해
신규 계좌도 1000개... 범죄 연루 정황


A씨 사망 1주일 뒤 A씨 명의로 3000만원짜리 비대면 대출이 나갔다. 범인은 A씨의 동생이었다. B씨 사후에는 B씨 계좌에서 현금 700여 만원이 빠져나갔다. B씨의 아들이 모바일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사망한 모친의 돈을 빼돌린 것이었다. A씨의 동생과 B씨의 아들은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망자 명의를 도용한 금융 거래가 심각한 수준이다.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최근 5년간 금감원이 국내 8개 은행에서 확인한 사망자 예금 무단 인출 액수만 6881억원, 무단 인출 건수는 34만 6932건에 이른다. 전체 은행권 사망자 예금 무단 인출 액수와 건수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국내 17개 은행에서 만들어진 사망자 명의의 계좌는 1065개였다. 대출은 49건이 나갔으며 사망자의 계좌 비밀번호·인증서 비밀번호 변경 등은 6698건 행해졌다.

가족 또는 지인 등 망자와 가까웠던 사람들이 사망자 명의를 불법적으로 이용했다. 이들은 사망한 사실이 은행 등 금융사로 전해지기 전에 비대면으로 예금을 인출하거나 대출 받았다. 사망자의 신분증, 휴대전화를 확보하고 비밀번호만 알면 비대면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사망자 명의로 개설된 계좌는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일당은 사망자 C씨 명의의 계좌를 범행 계좌로 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은행권에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관리 실태를 자체 점검하도록 하는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용하는 등 사망자 명의 금융 거래 차단을 위한 노력을 은행권에 요구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적법한 위임 절차 없이 사망자 명의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대출을 받으면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면서 “유가족은 사망자의 신분증이나 휴대전화 등이 유출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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