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해킹 8000만원 뜯은 고교생, 법원 “기회 준다” 선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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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2.02. 오후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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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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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 가능성 믿어... 실리콘밸리 스타 될 수도”

서울동부지법 /뉴스1

유명 인터넷 서점 ‘알라딘’을 해킹하고 돈을 뜯은 고등학생이 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병철)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정보통신망법 위반·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18)군을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한다고 2일 밝혔다.

현행법상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의 범죄 사건을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할 수 있다. 소년부 판사는 심리를 마친 뒤 소년에게 적당한 보호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는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처분으로, 박군의 장래 신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박군은 지난해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 2곳과 메가스터디, 시대인재 등 유명 입시학원 사이트 2곳을 해킹해 약 140만 건의 암호화된 전자책 복호화키(암호화의 반대말)와 569개의 동영상 강의 파일을 빼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군은 작년 5월 16일 알라딘의 전자책 파일 4959개를 텔레그램에 유포하면서 ‘비트코인 100BTC(당시 약 36억원)를 보내지 않으면 전자책 100만권을 유포하겠다’고 알라딘 측을 협박해 약 8000만원의 비트코인과 현금을 갈취했다.

재판부는 “영화에서나 나오는 갈취 행위를 실행하고 비트코인으로 흔적을 자르는 시도를 이 어린 학생이 서슴없이 범할 수 있다는 것에 도대체 우리 현대의 가치관이 어떻게 전도돼 있는지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박군이 가진 재능을 잘 발휘해 우리가 익히 아는 실리콘 밸리의 스타가 될 수도, 코인으로 인해 해외 떠돌이 신세가 된 사람의 뒷길을 쫓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적 호기심 등을 잘 발휘해서 인생을 올바른 길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부분을 선택해주는 것이 박군과 그의 가족,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며 “박군의 앞날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기회를 다시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군과 공범인 박모(31)씨와 정모(26)씨는 지난달 각각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박군은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전자책 정보를 나누며 알게 된 이들을 현금 수거와 자금 세탁에 끌어들여 범행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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