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저가 매도' SPC 허영인 1심 무죄… 계산법 지적당한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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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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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 피하려 계열사 주식 저가 매도한 혐의
법원, 2일 허영인 회장에게 무죄 선고
검찰이 적정가로 제시한 가격에 의문 제기한 법원
"저가거래로 허영인 오히려 손실"
"검찰 제시 가격으로 거래 시 오히려 허영인 이익"
"7억원 아끼려고 200억원 손실? 납득 어렵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연합뉴스

검찰이 SPC그룹 허영인 회장이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 매각했다며 재판에 넘겼지만,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계산법을 지적했다. 검찰이 적정가로 제시한 가격으로 매각했다면 허 회장은 오히려 이득이었고, 7억원의 증여세를 아끼려고 200억원의 손실을 본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2일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의 증거만으로는 원칙적 방법에 따라 양도주식 가액 결정한 피고인들의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인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모두 범죄증명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라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2022년 검찰은 허 회장 등이 증여세(약 8억원) 부과를 피하기 위해 2012년 12월,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싸게 넘겼다며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로 인해 최근 10년 간 70억원이 넘는 증여세 부과를 피했고, 또 밀다원 주식을 보유하던 샤니와 파리크라상이 각각 약 58억원과 121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허 회장 등은 당시 밀다원 주식을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크게 낮은 255원에 팔았는데, 검찰은 1595원이 적정 양도가로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허 회장이 밀다원 주식 저가 매도로 오히려 손실을 입었고, 그렇기에 저가 매도의 경제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재판부는 "피고인(허영인)이 주식양도로 부과를 피할 수 있는 증여세는 7억여원"이라며 "그런데 피고인은 (밀다원) 주식가치를 250원으로 적용하면서 오히려 손실을 입었다. 피고인은 파리크라상과 샤니의 주식을 전부 소유해 공소사실에 기재된 계산 방식을 따를 때 파리크라상과 샤니의 손실 179억원을 궁극적으로 자신이 다 입게 된 결과로 귀결됐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반면 저가 거래로 상대방인 삼립식품은 피고인이 주식을 전부 소유하지 않고 있어서 피고인은 삼립 이익을 온전히 누릴 수 없었다"라며 "그와 반대로 밀다원의 매매가를 높게 했을 경우 이익을 스스로 누릴 수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검사가 제시한 1주당 1595원을 양도가액으로 정하는 경우 피고인 입장에서는 이득이었다"라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익을 얻고자 했다면 주식 가치를 높게 책정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검찰에서 보는 저가 거래를 할 경제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7억 3천만원의 증여세를 면하기 위해 200억원을 감수하는 것이 경제적 관점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것 역시 배임으로 볼 수 없다"라며 "각 회사의 의사에 반해 거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들은 당시에 새롭게 도입된 상증세법제도에 따라 대응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지 주식 양도가가 저가인지 고가인지 관심이 없고, 인식조차 없지 않았는가 하는 정황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결국 검사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배임 고의가 인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SPC그룹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파리크라상과 샤니에 내려진 밀다원 주식 매각 금지 명령과 647억원의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내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647억원의 과징금 전액과 밀다원 주식 매각 금지 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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