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성적 처리 안 끝내고 그만둔 기간제교사…파기환송심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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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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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미지 = 연합뉴스]
기말고사 성적 처리를 끝내지 않고 학교를 그만둔 기간제 교사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관심이 쏠린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나경선 부장판사)는 직무 유기 혐의를 받는 A(43) 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기간 내에 재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A씨는 2017년 11월 14일 자신이 기간제 교원으로 근무하는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제출한 답안지 13부를 채점해 같은 달 29일까지 석차 연명부를 작성해야 함에도 같은 달 15일부터 학교를 무단으로 이탈한 뒤 출근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기간제 교원은 공무원이 아니므로 직무유기죄 대상이 아니며, 학교에서 연가를 허용하지 않아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학교와의 계약기간이 10월 18일부터 11월 17일까지였던 A씨는 근무할 다른 학교를 알아보려 교장에게 연가를 신청했지만 ‘1개월 근무 기간제 교원은 연가가 없고 병가만 된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느냐’고 묻자 말다툼을 벌이다 그대로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1심 법원은 “직무 수행 의무에 있어 정규 교원과 기간제 교원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없으며, 설령 교장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더라도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데 대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고등학교 진학 전 내신 처리가 임박한 시점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석차 연명부를 작성할 의무는 없고 채점을 완료할 의무만 있다. 답안지를 분실했으나 채점을 끝낸 이상 직무 유기가 아니다”라며 항소했다.

이와 관련 2심도 “피고인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답안지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하지만 채점 결과를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았고 학교 측에서 여러 차례 답안지를 넘겨 달라고 연락했음에도 분실 여부에 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1심과 같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직무유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이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피고인이 자신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는 있지만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며 “피고인이 결근하게 된 사유는 다른 기간제 교원 면접을 보려고 했지만 연가가 승인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채점 결과를 학교에 인계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의 공무원으로서의 임기가 끝난 이후의 일이므로 직무유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이에 대전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기간제 교원의 직무유기죄에 대한 중요한 기준이 나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즉, 기간제 교원은 정규 교원과 마찬가지로 직무 수행 의무를 부담하지만 그 직무 수행에 방해가 되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직무유기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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