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감사 방해’ 전직 공무원 3명, 2심서 전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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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10. 오전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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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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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법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월성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전 공무원들이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의 적법성에 문제를 제기한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대전고법 형사3부(재판장 김병식)는 9일 감사원법 위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방실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산업부 국장 ㄱ(56)씨와 과장 ㄴ(35)씨, 서기관 ㄷ(4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자료는 담당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보관한 내용으로, 공용전자기록손상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공공기록물 중요 문서는 문서관리 등록 시스템에 등록돼 있고, 상당수 파일은 다른 공무원의 컴퓨터에도 저장돼 있다”며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에 대한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감사원법 위반)에 대해서도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 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디지털 포렌식 또한 적법하게 실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산업부에 문서가 아닌 구두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이후 ‘자료 제출 요구’가 아닌 ‘감사 자료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면서 제출할 사람과 자료의 내용을 특정하지 않은 것도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로 볼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또 “감사원이 내부 자료라는 이유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감사 당시 작성한 ‘디지털 포렌식 요청 계획서’ 내용을 볼 때도 디지털 포렌식 또한 적법하게 실시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방실침입 혐의 역시 “사무실의 평온 상태를 해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삭제까지 해,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원전 조기 폐쇄 결정과 관련한 산업부의 개입 의혹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감사 기간이 지연됐다”며 ㄱ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ㄴ·ㄷ씨에게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ㄷ씨의 방실침입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1심 재판 뒤인 지난해 6월 산업부로부터 해임 징계를 받아 퇴직한 상태다.

감사원은 2019년 10월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 대한 감사를 벌였으나 감사보고서가 감사위원회 심의 통과를 하지 못했고, 2020년 재감사를 진행해 같은 해 10월 ‘2018년 6월 월성원전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2020년 공공기관감사국장으로 월성원전 감사를 지휘했다. 당시 감사원은 7천쪽 분량의 수사자료와 산업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자료를 포렌식해 복구한 것을 검찰에 전달했다.

이후 2020년 12월 검찰은 ㄱ·ㄴ씨를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께 월성원전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ㄷ씨는 2019년 12월1일 밤 11시께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월성원전 관련 자료 530건을 지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21년 6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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