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국가 배상 책임 첫 인정…"145억 원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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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2.21. 오후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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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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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형제복지원 전경

법원이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오늘(21일)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른 손해배상금은 1인당 8천만 원에서 최대 11억 2천만 원까지로 총 청구 액수 203억 원 가운데 70%가 넘는 145억 8천만 원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부랑인 신고단속 보호 등 내무부 훈령으로 원고들을 단속하고 강제수용을 했지만, 이 훈령은 법률 유보·명확성·과잉 금지·적법절차·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위헌·위법적 훈령이라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강제수용된 점도 위법한 조치"라고 판단했습니다.

정부가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한 점에 대해선 "이 사건은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에 해당하고, 그 법리에 따르면 장기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위자료 액수 산정 기준에 대해선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원고들 상당수가 미성년자였기에 학습권이 침해당한 점, 유사한 인권 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큰 점, 불법 행위로부터 35년이나 지났지만 배상이 지연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강제수용돼 그 기간에 고통과 또 아주 어려운 시간을 보내신 원고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선고 결과가 나오자 재판정에 출석한 일부 피해자는 "감사합니다"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 20일 형제육아원 설립 때부터 1992년 8월 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되기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한 사건으로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다수의 손해배상소송 가운데 선고가 나온 첫 판결이어서 다른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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