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였다가 여자였다가’ 한국인 노린 로맨스 사기꾼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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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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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2021년 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알게 된 남성에게 7차례에 걸쳐 5010만원을 건넸다. 이 남성은 자신이 영국에 거주하는 선박회사 직원이라고 했다.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한국에 방문할 예정인데 먼저 짐을 보낼 테니 세관 통관비를 대신 내달라는 요청이었다.

비슷한 시기 B씨도 페이스북을 통해 영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여성을 알게 됐다. 영국인 남편과 이혼해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는 여성에게 마찬가지로 돈을 건넸다.

알고 보니 두 인물은 같은 사람이었다. 지난 2012년 단기방문 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뒤 난민을 신청해 체류 중이던 외국인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로맨스 스캠’ 범죄 조직에 가담해 인출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해당 외국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로맨스 스캠 가해자 상당수가 여러 신분을 꾸며내 피해자에게 접근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직업과 국적은 물론 상황에 따라 남자나 여자가 됐다.

3일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가 최근 5년간(2017~2021년) 로맨스 스캠 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1심 판결문 73건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이들이 사칭한 국적은 미국이 42.86%로 가장 많았다. 영국(15.18%), 유엔(10.7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의 실제 국적이 판결문에 드러난 경우를 살펴보면 남아프리카 공화국, 라이베리아 등 아프리카 출신이 13명, 동남아시아 출신이 13명이었다. 이들은 난민신청자격 비자, 단기방문 비자, 유학비자 등으로 한국에 입국했거나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성별도 바꿨다. 남성과 여성을 모두 사칭해 범행한 경우가 24.7%에 달했다. 박 교수는 “가해자들은 실제 성별과 상관없이 만들어 낸 프로필의 성별을 피해자에 맞춰 던지는 방식으로 성별을 설정한다”며 “로맨스 스캠 피해자가 특정한 성별에 한정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칭 직업은 군인이 32.1%로 가장 많았다. 의사(15.1%), 승무원(1.9%), 회사원(1.9%) 등도 있었다. 한 피고인은 ‘시리아에 파병된 한국계 미군 여성’ ‘시카고에 거주하는 컨설턴트’ ‘한국 성남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일하게 된 미국 의사’ 등으로 자신의 신분을 꾸몄다. 주로 어디에서나 재취업이 쉽고 가해자들이 요구하는 금액이 소액처럼 보이는 직업군을 택했다.

박 교수는 “다른 사기 사건과 달리 로맨스 스캠 범죄는 피해자가 숨게 된다”며 “피해자들의 신고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적 장치, 보이스피싱 범죄와 같은 맥락에서 사회적 예방 작용이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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