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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이니깐”…유튜브보다 1억 뜯겨도 법적 책임 없다 ‘무슨 일’?

김대영 기자
입력 : 
2023-11-20 15: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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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상대 소송 원천봉쇄
모든 소송 미국 법원 통해야
권리 구제, 국내선 ‘불가능’
일각에선 “사법주권 형해화”
유튜브
구글코리아가 지난 9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연 ‘구글 포 코리아 2023’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유튜브 15주년 기념 사전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내 유튜브 이용자들이 운영사인 구글을 상대로 법적 구제를 받는 것은 사실상 가로막힌 상태다. 유튜브 서비스는 구글 본사가 제공하고 소송은 미국 법원을 통해서만 제기할 수 있다는 약관 탓이다. 빅테크 기업이 각국 이용자의 권리 구제를 막고 사법주권을 형해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08민사단독 신성철 판사는 유튜브 이용자 A씨가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지난 14일 확정됐다.

A씨는 지난해 2월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 사흘간 총 1억원을 뜯겼다. 비트코인 차익 거래 고정수익에 관한 동영상을 시청한 다음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과 오픈채팅을 통해 대화하다 사기 피해를 당한 것이다.

A씨는 구글코리아가 해당 동영상을 게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사기 범행에 가담했다면서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글코리아가 유튜브를 제공하는 주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유튜브 이용약관을 보면 서비스 제공 주체는 미국 델라웨어주법에 따라 설립된 구글LLC로 명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글코리아는 온라인 광고 상품·서비스, 다이렉트 마케팅 상품·서비스 판매 등을 사업목적으로 한다. 신 판사는 “구글코리아가 유튜브 서비스 제공 주체로서 동영상 게시에 관한 어떠한 권한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만약 구글LL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유튜브 이용약관은 서비스에 관한 모든 소송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 법원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앞서 국내 앱 개발사가 구글LL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같은 판단을 내놨다. 이 개발사는 성인인증 절차를 거친 성인만 이용할 수 있는 성인용 앱을 출시했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 음란물 정책에 반한다는 이유로 배포 정지·삭제 조치를 당했다.

이 사건 2심 재판부는 구글 플레이스토와 관련 소송은 산타클라라 법원이 전속적 관할을 갖는다는 ‘개발자 배포계약’이 유효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적법하다고 보고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 대상이 아닌 판결일 경우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이 글로벌 플랫폼의 재판관할 합의를 다룬 첫 판결이었다.

키스방 홍보영상을 올렸다 삭제 조치 당한 이용자가 구글코리아·구글LLC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구글이 해당 사안에서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소송 자체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은 별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 서비스 이용자가 실제 부당한 조치를 당하거나 구글 측에 책임이 있을 경우에도 국내에서는 법적 구제를 받을 길이 없어서다.

실제 법조계 일각에서는 구글이 서비스 이용을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사실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재판관할 관련 약관이 사법주권을 형해화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을 통해 “글로벌 플랫폼과 일상에서 국제거래를 하는 국내 거주 개인이나 개별 기업은 사실상 플랫폼이 제시한 약관에 따라 분쟁 발생 시 플랫폼 본점 소재 국가에서 재판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이는 개인과 개별 기업이 속한 국가 입장에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개별 국가의 사법권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재산권을 침해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남 교수는 “유튜브 등에 올린 콘텐츠에 대한 검열·삭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를 넘어 게시물이 개인의 영업 자산일 경우 일방적으로 삭제를 당하면 심각한 재산권 침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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