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분쟁 못 피하는 ‘불운의 암’...법원도 판결 엇갈리는 이유는 [어쩌다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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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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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연합뉴스]
현대인의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 탓도 있지만 수명 자체가 늘어나면서 암환자 수가 증가 추세입니다.

통계청의 2022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3대 사망원인은 암, 심장질환, 코로나19로 전체 사망의 39.8%를 차지했습니다.

이중 인구 10만명당 사망원인은 암(악성신생물)이 전년에 이어 또 1위를 차지했죠. 사망자의 22.4%가 암으로 사망했고 암 사망률은 162.7명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형편이 된다면 암보험 하나 정도는 필수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습니다.

암보험은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보험사고 대상자)가 약관상 암으로 진단을 확정받은 경우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받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부분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하나는 내가 진단받은 질병이 약관상 어떤 암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암보험은 보통 일반적으로 우리가 부르는 암을 고액암, 일반암, 소액암 내지는 유사암 등으로 나눠서 분류하고, 유사암이나 소액암의 경우 일반암 진단비의 10~20% 정도의 보험금만 지급합니다. 고액암의 경우 일반암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정해 놓고 있습니다.

뇌암, 백혈병 등은 대표적인 고액암이고, 유방암, 갑상선암, 전립선암 등은 대표적인 소액암입니다.

그래서 진단받은 질병이 일반암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소액암에 해당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고 또 관련해 잦은 분쟁이 발생하는 부분은 암으로 진단이 확정됐는지 여부입니다.

암 보험 약관에 따르면 암의 진단확정은 병리과 또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의 자격증을 가진 자의 조직검사 등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해야한다고 정해 두고 있습니다.

이 내용만 보면 객관적인 검사 결과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별다른 다툼이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병리의의 진단과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임상의의 진단이 서로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어느 의사의 진단에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서 분쟁이 발생합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보험자의 질병에 대해 병리의사가 피부에서 발생한 평편상피세포암으로 진단한 것을 임상의사가 뼈암으로 기재해 진단서를 발급한 사안에서, 임상의사가 병리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진단을 하는 것도 약관의 ‘진단확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병리검사결과와 다르게 진단하는 것은 약관의 ‘진단확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고액암인 뼈암으로 진단이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 병리의와 임상의의 진단이 서로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 이것이 임상의가 병리검사 결과를 토대로 진단한 경우인지, 아니면 임상의가 병리검사 결과와 다르게 진단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분쟁이 암보험금 분쟁에 있어 큰 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방광암은 이같은 쟁점으로 과거 수년 동안 분쟁이 되고 있는 질병 중 하나입니다.

관련해 최근 선고된 사례를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를 통해 소개합니다.

A씨는 한 동안 몇 번의 혈뇨를 보고 대학병원을 방문했습니다. 대학병원 의사는 방광에 종양이 있어 이를 제거를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의사는 수술 후 조직검사를 통해 A씨가 방광암(질병분류코드: C67.9)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이후 A씨는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보험사는 자문의를 통한 의료자문을 근거로 A씨의 질병이 약관상 일반암이 아닌 제자리암에 해당한다며 일반암 진단비의 10%만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A씨의 구체적인 질병명은 ‘고등급의 비침범성 유두상 요로상피세포 암종’으로, 암의 진단확정은 병리의사의 조직검사 진단에 따라야 하는데, 이 진단에 따르면 A씨의 질병은 방광의 제자리암종(질병분류코드: D09.0)으로 약관상 제자리암으로 분류된다는 것입니다.

A씨는 보험사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려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조직검사 결과 그 자체보다는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진료경과를 포괄해 진단한 임상의의 진단이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고, 이런 경우도 임상의사가 병리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진단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보험사에게 보험금 지급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같은 사안에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오히려 드뭅니다. 앞서 언급한 판결과 달리 보험사가 승소한 상반된 취지의 판결들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소송을 통한다고 해서 무조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관련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관련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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