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건희 계좌, 도이치 시세조종에 활용”…투자사 임원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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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10.13. 오후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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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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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5천만원 선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찾아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증권계좌를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투자자문사 임원 민아무개씨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민씨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함께 이 회사 주식의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아왔다. 법원은 지난 2월 선고된 권 전 회장의 1심 재판에서와 같이 민씨 쪽이 운용한 김 여사의 계좌 일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시세조종에 활용된 사실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재판장 박정제)는 1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민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1억5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조직적으로 다수의 계좌를 동원해 2년 넘게 시세를 조종한 범행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고인이 (공범들) 사이에서 연락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본인 명의 계좌에서 직접 시세조종 주문을 내기도 했다. 또 1년 넘는 기간 동안 해외로 도피한 것도 불리한 정상”이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민씨는 2009년 12월~2012년 12월 권 전 회장과 공모해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민씨는 김 여사의 증권계좌 거래내역이 담긴 이른바 ‘김건희 파일’ 작성을 지시했다는 의심을 받은 인물이다. 검찰은 2021년 민씨가 임원으로 재직했던 블랙펄인베스트 압수수색 당시 직원 노트북에서 파일명이 ‘김건희’인 엑셀 파일을 확보했다. 해당 파일에는 김 여사 명의의 미래에셋증권 계좌와 토러스증권(현 디에스증권) 계좌의 주식 잔고 및 인출 내역이 담겨 있었다. 노트북 주인은 해당 파일 작성을 지시할 수 있는 인물로 이아무개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혹은 민씨를 지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블랙펄 쪽은 김건희 명의 미래에셋증권, 디에스증권 계좌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증거를 살펴보면 피고인과 공범들이 (도이치모터스 주식) 시세조종에 활용한 사실이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본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권 전 회장 등의 사건 1심 재판부 역시 이 계좌들은 블랙펄인베스트 쪽에서 관리하며 민씨 또는 이 대표가 직접 운용해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했다.

다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최은순(김 여사의 어머니) 명의의 신한투자증권 계좌, 김건희 명의의 한화투자증권 등 다른 계좌를 통해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는 인위적 시세상승이 목적이라는 증명이 부족하다”라고 판단했다. 두 계좌는 권 전 회장 등의 1심 재판에서도 시세조종에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씨와 다른 피고인들 사이에 시세조종을 통해 주가를 인위 부양했다는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올해 2월 사건의 주범 격인 권 전 회장과 2차 시기 주포 김아무개씨 등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중이다. 민씨는 수사가 시작되자 2021년 10월 미국으로 도주했다가 지난해 11월 1년여 만에 돌연 귀국했고 이후 구속기소됐다. 이 때문에 권 전 회장 등과 민씨의 재판은 별도로 진행됐다. 권 전 회장 등의 1심 판결과 마찬가지고 민씨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일부 시기의 범행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내렸다.

민씨 쪽은 주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고, 미국으로 도피한 것에 대해서는 대선 정국과 맞물린 시점에 이뤄진 수사로 압박감을 느꼈던 것뿐이라고 주장해왔다. 민씨는 지난 8월 최후진술에서 “실무 담당자로서 불법 사항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로 한 행위에 대해 수년 동안 후회와 반성을 했다”면서도 “검찰 주장처럼 주가조작을 공모해 실행했다는 부분은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민씨가 범행에 가담한 범위가 넓고 수사 중 해외로 도주한 점을 들어 징역 4년에 벌금 50억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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