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에 난 티눈으로 자산가가 될 수 있을까. 실제 티눈을 6년에 걸쳐 수천회 넘게 치료하며 약 17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여성 A씨가 있다. A씨의 행보는 결국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A씨는 2015년 3월부터 2017년까지 B 보험사의 상품을 비롯해 총 18건의 건강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한해에만 13건. 이 가운데 2건은 하루에 맺은 계약일 정도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벌인 일이다. 이렇게 A씨가 내게 된 보험료는 매달 80만원. 같은 기간 A씨의 월급이 180만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월급의 45%가량을 보험료 납부에 쓴 셈이다. A씨는 월급 외엔 별다른 수입이 없었다.
A씨는 2016년 9월부터 티눈 치료를 위한 병원 호핑(Hopping, 깡충깡충 뛰는 것)에 나섰다. 왼쪽 발가락에 난 티눈을 제거하기 위해 A씨는 약 스무 군데의 병원을 돌아다니며 냉동응고술을 수천회 넘게 받는데, 병원들의 위치는 서울 강남·동대문, 경기 성남 분당 등 수도권 방방곡곡이었다. 냉동응고술은 액체질소를 분사해 티눈을 괴사시켜 피부에서 떨어트리는 매우 간단한 수술이다.
이에 B사 측은 “A씨가 다수의 보험에 중복 가입해 거의 매일 같이 티눈 제거를 위해 냉동응고술을 받는 등 부정 취득 목적이 명백한 보험계약이므로 이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해당 보험 상품 약관에 적힌 ‘사마귀, 여드름, 탈모 등 피부질환으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면책약정을 근거로 “티눈은 면책 질병”이라고 주장도 폈다.
그러나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가입한 동일한 유형의 보험의 수, 수령한 보험금의 합계액, 치료횟수 등을 보면 원고가 부당한 목적으로 보험에 다수 가입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B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부정한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해 무효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봤다. 판단 이유로는 ▶A씨가 보험사기 혐의로 고소된 사건에서 검찰이 냉동응고술은 치료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이유로 불기소처분 한 점 ▶A씨가 치료를 받고 있는 티눈은 완치가 쉽지 않고 재발이 쉬운 특성이 있는 점 등을 들었다.
또 재판부는 티눈의 면책 질병 여부에 대해서도 “보험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 작성자에게 불리하게 제한 해석하여야 한다. 보험 약관에는 면책 질병으로 사마귀는 기재되어 있지만 티눈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면책 질병 여부에 관한 판단도 뒤집혔다. 재판부는 “티눈은 면책 약관에서 열거된 것과 같은 성격의 피부질환임이 분명하다”며 “면책규정은 그런 피부질환 등에 대하여 30만 원, 40만원 상당의 질병수술비를 제한 없이 지급하는 것은 질병수술비 담보의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14일 이런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A씨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또다른 여러 보험사와 같은 소송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