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 무슨 일?…마약류 진통제 하루 300정 '셀프 처방' 의사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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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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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의사 마약류 진통제 하루 수백 정 복용
해당 요양병원, 당직 의사 근무지 이탈해 간호사가 사망 선고
사망진단서도 대리 발급
광주지법, 최근 1심 선고공판에서 유죄 판결…벌금 100만 원
광주 한 요양병원. 김한영 기자
광주 한 요양병원의 80대 의사가 하루 300정이 넘는 마약류 진통제를 셀프 처방해 복용했다가 적발됐다.

이 요양병원에서는 지난해 당직의사가 무단 이탈했고 간호사에게 환자의 사망 판정을 내리게 했다가 유죄를 선고받았다.

광주 광산구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다 올해 4월쯤 그만둔 80대 의사 A씨.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년 동안 마약류 진통제인 옥시코돈 16만 정을 스스로 처방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요양병원 관계자는 "A씨가 다량의 마약류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식약처에서도 조사를 나와 주시하고 있었다"며 "진료에는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현재는 근무하고 있지 않은 만큼 병원과 별다른 관계는 없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병원 측이 A씨가 다량의 마약류 진통제를 복용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고령층이 마약류 진통제를 오랜 기간 복용할 경우 간과 신장 등 장기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A씨가 모든 진통제를 실제 복용했다면 건강상의 이유로 병원에서 정상적으로 근무하지 못했거나 처방된 진통제 중 일부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A씨의 주장을 수용해 2~3시간 간격으로 15~20정의 마약류 진통제를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양질의 진료 행위를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시의사회 관계자는 "어떤 약이라고 하더라도 하루에 300정을 꾸준히 먹기는 힘들다"며 "일정 기준을 넘어서게 되면 간이나 신장 기능이 망가져 전신의 장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복용량 등 가이드라인을 두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도 "하루 수백 정의 약을 복용하는 것은 정상적인 복약법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다른 약을 복합해 복용하거나 다른 약을 사용하는 게 올바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같은 다량의 마약류 셀프 처방에 대해 A씨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광주지방검찰청은 지병이 있어 하루 300정에서 최대 400정이 넘는 진통제를 매일 자신이 복용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 5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범죄혐의가 충분하고 소추조건이 구비돼 있어도 피고인의 기존 전과나 피해자의 피해 정도, 피해자와의 합의내용, 반성 정도 등을 검사가 판단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이다.

한편 이 요양병원에서는 지난해 6월 당직의사가 근무지를 이탈해 간호사에게 환자의 사망 판정을 내리도록 했다가 해당 의사와 의료재단이 의료법위반 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최근 1심 선고공판에서 각각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방법원 형사 4단독 이광헌 부장판사는 입원 환자 B씨의 사망 여부를 간호사가 확인하도록 교사하고 의사 명의의 사망진단서를 작성해 유족에게 건네도록 해 간호사에게 부여된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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