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도 B씨네 현관문은 열리지 않았다. 분노가 폭발한 A씨는 B씨가 집 밖 베란다에 둔 화분을 현관문에 던져 깨뜨렸다. 검찰은 이를 ‘주거침입’으로 판단해 기소했다. A씨가 B씨네 빌라 건물 1층 공동 출입문을 통해 공용 복도를 거쳐 현관문 앞까지 들어가 B씨의 주거에 침입했다는 이유였다. 2009년 대법원은 "공동주택 공용 부분도 거주자의 주거 평온을 보호해야 할 ‘사람의 주거지’에 해당한다"며 빌라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내부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에 입주민의 의사에 반해 들어가면 주거침입죄가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형사재판 피고인이 된 A씨는 법정에서 무죄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대형견 사육 문제로 B씨와 면담하기 위해 찾아갔을 뿐"이라며 "형식적으론 주거침입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몰라도 B씨를 찾아간 특별한 이유가 있으므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씨는 유죄"라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방문했을 때 B씨의 집엔 아무도 없었다. 화가 난 A씨가 건물 밖에서 화분을 들고 와 현관문 앞까지 들어간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정당한 행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A씨는 불복했고,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재판장 임재훈)는 1심 판결을 깨고 최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B씨네 집에 직접 침입한 게 아니라 화분을 깨부수는 등 단순히 소란을 피운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낸 증거만으론, A씨가 공동출입문과 공용 복도를 거쳐 B씨네 현관문 앞에 들어간 행위가 공동주택 거주자의 주거 평온 상태를 해쳤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입주자 대표인 A씨는 빌라의 공용 부분을 사용하고 통행할 권한이 있다. 당시에도 경비원의 제재를 받거나 공동출입문 잠금장치를 억지로 해제하는 등 부당한 행위 없이 자연스럽게 진입했다"고 밝혔다.
또한 "A씨가 공용 부분을 침입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B씨네 현관문에 화분을 던져 깨진 파편이 흩어진 일은 B씨의 전용 부분만 놓고 주거침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그때는 B씨네 집에 아무도 없었으므로, 현관문이 열린 사실이 없다. A씨가 B씨네 전용 부분으로 몸을 들이밀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검사가 상고하지 않아 무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