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 기업을 대신해 강제동원 피해를 배상한다며 법원에 공탁을 냈으나 수원지법 공탁관이 ‘불수리’ 결정했다. 광주지법이 전날 불수리 결정을 한 데 이어 ‘제3자 변제’를 위한 법적 절차에 법원이 재차 제동을 건 것이다. 정부가 광주지법의 불수리 결정에 반발해 낸 이의신청도 기각됐다.
5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수원지법 공탁관은 전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 등을 대신해 강제동원 피해자 2명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낸 공탁 신청을 모두 불수리 결정했다.
공탁 대상자는 고 정창희씨 배우자와 고 박해옥씨 자녀 등 2명이다. 이들 모두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탁은 채무자가 채무를 갚으려 할 때 채권자가 받기를 거부하거나 받을 수 없을 경우 돈을 일단 법원에 맡기는 절차다. 공탁 신청이 접수되면 공탁관이 심사를 거쳐 수리 여부를 정한다.
불수리 결정을 한 수원지법 공탁관은 이날 정씨와 박씨 유족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대해 명백한 반대의사를 표시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공탁신청이 민법 제469조 1항에 따른 제3자 변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민법 제469조 1항은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이를 허용하지 않는 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씨에 대한 공탁 신청이 불수리 결정되자 낸 이의신청도 이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광주지법 공탁관은 재단 측이 낸 불수리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을 광주지법 재판부로 송부했다. 정부의 이의신청이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불수리 결정을 유지한 것이다.
광주지법 공탁관은 지난 3일 재단이 일본 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을 대신해 양씨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목적으로 낸 공탁 신청에 대해 ‘공탁 사유가 없다’고 보고 불수리 결정했다. 정씨와 박씨 유족처럼 양씨가 제3자 변제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이의신청 사건을 송부받은 광주지법 재판부가 불수리 결정이 정당했는지 따지게 된다. 정부가 수원지법의 불수리 결정에도 이의신청을 할 경우 광주지법과 유사한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