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 알아내 애인 스마트폰 뒤지면…형사처벌 받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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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6.26. 오전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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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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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애인의 스마트폰에 비밀번호를 몰래 입력해 과거 교제 상대의 정보를 파악하면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전자기록등내용탐지 혐의로 기소된 A(30)씨에게 벌금 3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선고유예란 유죄는 인정하지만 형의 선고를 미루는 법원의 판단입니다.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지만, 유예 기간 동안 자격정지 이상 판결이 확정되면 이를 다시 선고합니다.

A 씨는 2020년 12월 남자친구였던 B 씨의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몰래 입력해 그의 전 여자친구 연락처와 동영상을 열람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비밀 장치한 전자기록인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임의로 비밀번호를 입력해 해당 정보를 알아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유예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휴대전화를 뒤진 사실을 문제 삼아 B 씨가 수사기관에 고소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조사 결과 검찰은 A 씨가 형법상 비밀침해죄를 범했다고 보고 그를 벌금 30만 원에 약식기소했습니다.

형법 제316조는 봉해진 편지나 전자기록 등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풀어 그 내용을 알아내면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친고죄이기에 피해 당사자의 고소가 없으면 공소제기를 할 수 없습니다.

A 씨는 검찰의 판단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A 씨는 법정에서 복잡한 이성 관계로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B 씨가 비밀번호를 알려줘 이를 사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B 씨가 A 씨에게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전 여자친구의 자료가 남아 있는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선뜻 알려준다는 점을 경험칙에 비춰 이해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설령 B 씨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 범위는 통화목록, 카카오톡 메시지 내역 등 다른 이성과의 접촉 여부를 불시에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둔다는 정도의 의미로 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가 휴대전화를 뒤져 전 여자친구의 연락처와 동영상을 열람한 것은 B 씨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고, 이는 형법상 금지된 '기술적 수단을 이용한 정보 취득'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A 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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