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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몰랐다…27년간 60곳 돌며 관절수술한 가짜의사의 최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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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연합뉴스

수원지법. 연합뉴스

 위조한 의사면허증으로 27년간 ‘정형외과 전문의’ 행세를 한 60대 남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0단독 한소희 부장판사는 23일 공문서위조 및 행사, 보건범죄단속법위반(부정의료업자),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60)씨에게 징역 7년에 벌금 500만원 형을 선고했다.

가짜 의사 진료받은 환자만 1만5000여명 

 한 판사는 “피고인의 무면허 의료행위는 국민 보건 안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처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이 공소 시점 이전인 2009년부터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왔고, 검찰 수사가 개시돼 조사를 받았음에도 무면허 의료행위를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사고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피고인의 진료를 받은 환자가 1만5000명에 이르고, 의료사고가 발생했어도 환자들이 알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병원을 속여 얻은 이득이 5억원을 초과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의사 면허 없이 정형외과 전문의 행세하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위조한 의사면허증. 수원지검

의사 면허 없이 정형외과 전문의 행세하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위조한 의사면허증. 수원지검

 A씨는 2014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위조한 면허증을 이용해 수도권 일대 종합병원과 정형외과 9곳에 고용의사로 취업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이 기간 A씨가 받은 급여만 5억여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1993년 의대를 졸업했지만, 의사 면허증은 취득하지 못 했다. 하지만 1995년부터 면허증, 위촉장 등을 위조해 전국 60곳 이상의 병원에 취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 의대를 졸업한 뒤 의사 면허가 없어 수련의(인턴) 교육 과정도 밟지 못한 사실을 감추고, 서울 시내에 대형 병원을 둔 유수의 의대에서 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며 학력을 속이기도 했다. 2006년 결혼해 자녀를 둔 그는 아내는 물론 자식들에게도 의사 면허 위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의 모친도 아들이 의사라고 굳게 믿었다고 한다.
A씨는 수사 초기 “의사 면허증 갱신을 하지 않아 한시적으로 무자격 의료행위를 한 꼴이 됐다”며 발뺌했지만 지난 2월 열린 첫 재판에선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A씨에 기망” 채용 병원 관계자도 1명 빼고 선고 유예 

 재판부는 이날 의사면허 취득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A씨를 채용하고 병원장 명의로 진료행위를 하게 한 혐의(보건범죄단속법위반상 부정의료업자)로 기소된 의료재단 1곳과 개인 병원장 7명에게는 벌금 500만~1000만원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한 판사는 “병원장들도 A씨에게 기망당한 측면이 큰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선고 유예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같은 혐의로 기소된 개인 병원장 1명에 대해선 “과거 무면허 직원에게 수술을 보조하도록 하는 등 의료법 위반 전력이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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