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혼상제 이유로 시민들의 서울광장 독점할 수 없어…변상금 부과 대상" [법조계에 물어보니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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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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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무단 점유 분향소, 변상금 부과 대상" vs 유족 "분향소 운영 관혼상제 해당, 변상금 부당"
법조계 "시민 공간 장기간 점유, 관혼상제로 보기 어려워…시민들의 불편 방치한 것도 문제될 수 있어"
"특정집단 장기간 독점 정당화 되면…서울광장서 누구나 다 결혼식하고 초상치르려고 할 것"
"세월호 분향소 광화문광장 변상금 납부 전례 있어…시 여러 절차 걸쳐 변상금 부과, 위법하지 않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서울 중구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실버스 출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데일리안 = 김하나 기자] 서울시가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 대해 변상금 2900만원을 부과한 것을 놓고 시와 유족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유족 측은 분향소 운영은 집회·시위 관련법상 '관혼상제'에 해당해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변상금 부과는 부당하다며 반발했고, 시는 "무단 점유한 분향소는 변상금 부과 대상"이라고 일축했다. 법조계에서는 장기간 서울광장 무단 점유는 관혼상제로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설사 관혼상제라고 하더라도 시민들 모두의 공간을 특정 집단이 독점할 수는 없는 만큼 변상금 부과 대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공유재산법과 서울광장 조례에 따라 산출해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대책위)에 서울광장 분향소 관련 변상금 2899만2760원을 부과했다. 시는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 신고가 적법하게 이뤄졌더라도 서울시로부터 사전 사용수익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관혼상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의거해 집회 신고 시의 예외사항일 뿐, 서울광장에 적용되는 공유재산법 등의 규정과는 구분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와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분향소 운영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혼상제에 해당해 현행법상 허가는 물론 신고 대상도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서울시는 분향소를 불허할 합리적 이유도 없이 사용 신청을 거부했고 위법한 행정에 근거한 변상금 부과 역시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서울시가 분향소 운영 종료 시점을 마음대로 정해놓고 유가족에게 그대로 수용할 것만을 반복적으로 요구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행정대집행을 강행한다면 이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고 비난했다.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꽃을 들고 조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이와 관련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관혼상제라고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점유하는 것이 아니다. 관혼상제는 집회 신고 때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서울광장을 장기적으로 점유할 경우 사전에 광장 사용 허가를 서울시에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분향소라는 이름으로 장기간 시민들의 공간을 점유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시민들의 불편이 야기될 수 있는 만큼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을 안 함으로써 시민들의 불편을 방치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서울시의 변상금 부과 자체는 정당한 행정절차 시행"라며 "서울광장이라고 하는 공간은 서울 시민들이 다 나눠 쓰는 공간인데 특정 집단이 오랜 기간 독점할 권리도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유가족 측에서) 공익적인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서울광장을 독점하겠다는 것은 정당한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관혼상제라는 이유로 분향소 독점이 정당화된다면 서울광장에서 결혼식도 임의로 누구나 다 할 수 있고, 초상도 다 치를 수 있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차 교수는 또 "세월호 분향소의 경우에도 광화문 광장 변상금을 납부한 전례가 있다면 더욱 서울광장 이태원 분향소 변상금 부과는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가 무조건 이태원 유가족을 쫓아내고 추모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공동으로 써야 하는 공간이니 공식적으로 별도의 추모 공간을 마련해 주겠다는 등 다른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시가 바로 변상금을 부과한 게 아니라 여러 차례 절차를 거친 만큼 위법한 행정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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