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 노린 사기 ‘극성’…“며칠 일해 번 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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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18. 오전 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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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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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사라진 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노린 '신종 사기'가 기승입니다.

아직 업무가 미숙한 초보 알바생들이 주로 표적이 됐습니다.

■앱에 현금 충전해달라더니…

지난달 31일 저녁 7시 반, 서울 마포구 대흥동 한 편의점에 중학생 4명이 찾아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한 학생이 알바생 박 모 씨에게 CU 편의점 애플리케이션 '센드(SEND)' 를 보여주며 10만 원만 충전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센드' 앱은 통장 없이 송금하거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고객이 편의점에서 현금을 결제하면, 곧장 앱에 해당 금액이 충전됩니다.

박 씨가 '센드' 앱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순간, 충전을 요구한 학생은 본인이 대신하겠다며, 직접 '포스기'(계산대)를 만졌습니다.

10만 원이 충전됐는데, 그대로 그 학생은 돈을 내지 않고 달아났습니다.

"그 앱을 저도 처음 써보는 거라 당황하니까 학생이 직접 포스기를 만졌어요. 그렇게 바로 돈이 충전되는 건지 몰랐는데..."
"순식간에 돈이 충전돼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고객센터에 문의했는데, 취소도 안 되고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 '센드' 앱 사기 피해 아르바이트생 박 모


■ "본사 직원인데 …'기프트 카드' 충전해 놓으라"

'기프트 카드'를 이용한 사기는 더 자주 일어납니다.

지난달 23일 밤 10시 반,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알바생 김 모 씨는 낯선 이의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본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그는 "편의점과 본사 시스템상의 '기프트 카드' 재고가 다르다"며 "보내주는 사진 속 카드의 일련번호를 '포스기'에 입력하고 돈을 충전하면 된다"고 지시했습니다.

'기프트 카드'는 모바일 유료 서비스에 사용되는 선불 결제 수단입니다. 충전된 금액만큼 온라인에서 상품권처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충전은 편의점 '포스기'에서 결제해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본사 직원이라던 그는 6개 '기프트 카드' 사진을 보내고, 카드마다 20만 원씩을 충전하라고 했습니다.

시키는 대로 모두 120만 원을 충전한 김 씨. 그에게 다시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120만 원 어치 '기프트 카드'가 사라진 겁니다.


사기범은 치밀했습니다. 그 편의점 사정을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점주와 잘 아는 사이인 것처럼 이야기하며 알바생을 속였습니다.

사진과 이름마저 다른 사람 걸 도용하고, 알바생이 포장지 속 '기프트 카드'의 생김새조차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하기도 했습니다.

"사장님에 대해서 잘 아는 사이인 것처럼 말했어요. 사장님 연세가 많으신 것도 알고..."
"아르바이트생들은 기프트 카드가 어떻게 생긴 지 잘 몰라요. 매장에서는 흰색, 검은색 포장지에 싸여있는 것만 판매해서, 그 안에 카드가 어떻게 생긴 지는 처음 본 거였어요."
-'기프트 카드' 사기 피해 아르바이트생 김 씨

서울 마포구 대흥역 인근의 편의점 알바생인 20대 남성도 지난 4일 밤 8시쯤 비슷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불쑥 "사장님이랑 얘기가 다 됐다"며 '구글 기프트 카드' 9장에 총 95만 원을 충전하게 했습니다. 충전이 끝나자, 역시나 상대는 연락이 끊겼습니다.

경찰은 이런 '기프트 카드 사기'는 검거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사기범들이 대포폰을 사용하고, '기프트 카드'를 이용할 때도 명의를 도용하기 때문에 그 대상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피해액 보상은 ?… "정해진 기준 없어 막막"

이렇게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다 사기를 당했다면 피해 보상은 어떻게 이뤄질까요?

지난해 3월, 법원은 손해액의 70%를 점주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구글 기프트 사기 사건이었는데, 법원은 "사기 예방 교육이 미흡했고, 신종 수법이라 인지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점주의 책임이 더 크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보통은 점주와 알바생이 합의한 뒤 피해 보상 비율을 임의로 정합니다.

' 센드' 앱 사기를 당한 박 씨는 피해 알바생은 이틀 치 급여인 10만 원을. '기프트 카드' 사기 피해를 당한 김 씨는 100만 원을 물어줘야 했습니다.

결국 알바생에게도 그 책임이 돌아오는 셈인데, 이들은 "열심히 번 돈을 피해 보상으로 다 갚아야 하니 씁쓸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초보 편의점 알바생이라면, '조심 또 조심'하는 게 최선입니다. 편의점으로 걸려온 낯선 전화, 돈은 나중에 주겠다는 사람. 모두 경계해야 노동의 대가를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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