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학비나 벌려고?" 600여명에게 7억 가로챈 범인

입력
수정2023.02.15. 오전 11:06
기사원문
이성덕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 News1 DB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처음엔 대학 학비나 벌려고 했어요."

돈만 받고 티켓을 주지 않은 방법으로 600여명에게 7억3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A씨(23)가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면서 한 말이다.

A씨는 감형을 받기 위해 반성문을 10번이나 써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A씨의 사기 행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가 쓴 반성문에는 "출소 후 대학에서 장학금 수혜를 거절당했고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했다", "베체트병(원인을 모르는 면역반응에 의해 여러 장기에 반복성·폐쇄성 혈관염이 발생하는 만성 전신질환)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간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A씨는 음악과 뮤지컬 공연 등의 티켓이 매진돼 원하는 공연을 볼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노렸다.

지난해 3월4일 방탄소년단(BTS) 팬 커뮤니티에서 알게된 전모씨에게 'BTS 티켓을 팔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전씨는 매진된 티켓을 구하기 위해 22만원을 송금했지만, A씨는 "입금자 뒤에 콘서트명을 기재하지 않으면 전산처리가 되지 않는다', '기존에 송금한 돈을 환불해줄 테니 입금자 뒤에 콘서트명을 적어 다시 보내라'며 재입금을 요구해 2600만원이나 뜯겼다.

이런 식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A씨를 사기죄로 신고하기 위해 단톡방을 만든 후 피해 사실을 공유하면서 증거자료를 모았다.

자신이 사기 혐의로 신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A씨는 피해자의 아이디를 해킹해 피해자가 구매한 상품을 반품 접수하거나 "직장과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연락해 불이익을 주겠다"며 협박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앞서 A씨는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을 틈타 '마스크를 판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려 돈을 뜯어낸 뒤 잠적한 혐의(사기)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같은해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후 2개월 만에 티켓 사기를 저질렀다.

지난 9일 대구지법 제1형사단독 배관진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피해자들에게 가로챈 돈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누범 기간 중 장기간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점,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상당수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 피해자는 "부모에게 혼날까봐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10대 학생도 많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용기를 내 신고했으면 좋겠다"면서 "A씨가 항소한다면 재판부에서 피해자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