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경제

“캐디와 입 맞추지 않았다” 홀인원 하고도 보험사기 [어쩌다 세상이]

전종헌 기자
입력 : 
2022-12-16 10:55:24
수정 : 
2022-12-16 10:57:27

글자크기 설정

실제 홀인원 후 축하 비용 부담
카드 영수증 끊어 보험사에 증빙
당일 카드결제 취소 보험금 편취
골프
[사진 제공 = 연합뉴스]

겨울에는 날씨가 춥다 보니 골프장 이용이 다소 주춤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골프의 인기는 높은 것 같습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표한 ‘한국과 일본의 골프장 산업 비교’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골프 인구는 564만명으로 일본의 560만명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국민 10명중 1명은 골프를 치는 것입니다. 이 기간 우리나라 골퍼의 연간 골프장 이용 횟수는 8.8회였습니다.

골프 사랑이 대단하죠.

골프에서 단 한 번의 샷으로 골프공을 홀컵에 집어넣는 것을 ‘홀인원’이라고 합니다. 기준 타수보다 3타수 적게 홀아웃하면 ‘알바트로스’라고 합니다.

홀인원이나 알바트로스를 한 골퍼는 으레 당일 함께 골프를 친 동반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기념품을 선물하거나 라운딩 비용을 부담합니다.

골프보험은 이같이 홀인원이나 알바트로스를 한 골퍼가 동반자를 위해 실제 지출한 비용을 보상하는 보험입니다.

홀인원 보험사기 의심 168명 수사 의뢰

최근 골프보험을 이용한 사기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라운딩 중 캐디를 속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보통 캐디에게 홀인원을 한 것으로 처리해 주면 나중에 보험금을 지급받아 일부를 건네주겠다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보험사기가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보험설계사까지 가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골프장에서 홀인원이나 알바트로스를 했는지는 사실 골프장 측에서 발급하는 증명서가 유일한 입증자료입니다. 애초에 구조상 보험사기에 취약한 셈이죠.

이 때문에 관련 보험사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홀인원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168명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경찰은 올해 연말까지 홀인원 보험을 포함한 보험사기 특별 단속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골프
[사진 제공 = 연합뉴스]
보험금 청구 위해 허위 영수증 발급

그렇다면 실제 홀인원을 한 경우는 문제가 없을까요? 실제 홀인원을 하고도 보험사기로 처벌받은 사례를 소개합니다.

A씨는 2016년 홀인원이나 알바트로스를 할 경우 300만원 한도로 실제 지출한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골프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 보험에 따르면 A씨는 홀인원을 한 경우 ▲증정용 기념품 구입비용(단, 상품권 등의 물품 전표, 선불카드 등은 제외) ▲축하만찬 비용 ▲그린피, 캐디피, 카트 비용 등 축하 라운딩 비용으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험사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A씨는 2년 뒤 실제 홀인원을 합니다. 그리고 골프장으로부터 홀인원 증명서를 받아 보험사에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사용한 비용을 증명하기 위해 50만원, 100만원, 150만원 등 세 차례 걸쳐 결제한 카드매출전표를 보험사에 보냈습니다.

그러나 A씨는 50만원만 홀인원 축하 비용으로 사용했고 100만원과 150만원 카드결제는 결제한 당일 바로 취소했습니다. 보험사에 제출하기 위한 카드매출전표만 필요했던 것이었죠.

홀인원을 한 피보험자(보험사고 대상자)가 동반자들에게 실제 기념물품을 제공했는지 라운딩 비용을 부담했는지 보험사가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런 경우 실제 카드결제를 하지 않고 당일 승인을 취소한 250만원(100만원+150만원) 부분에 대해서만 보험사기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300만원에 대해 모두 보험사기죄가 인정됩니다.

금원 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서는 기망으로 인한 금원 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는 만큼 사기죄가 성립하기 때문이죠.

판결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이에 대해 A씨는 1심의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항소 이유는 당일 승인 취소한 카드결제 이외에 현금이나 다른 카드를 이용해 따로 홀인원 축하 비용을 지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보험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미 카드결제 승인이 취소된 허위 영수증(카드결제 승인)을 제출해 이를 근거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보험사를 속이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법무법인 한앤율 한세영 변호사는 “실제 홀인원을 하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캐디와 짜고 홀인원을 했다며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을 지급받는 경우 뿐만 아니라, 실제 홀인원을 했더라도 보험금 청구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경우 보험사기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