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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미스러운 소문 막으려 동료에 1000만원 줬는데…" 벌어진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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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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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20대 아들이 직장에 소문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해 동료에게 1000만원 상당의 돈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결국 소문은 퍼졌고, 이 돈을 돌려받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지난 16일 YTN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소문으로 인해 회사를 그만둔 20대 후반 아들 A씨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연에 따르면 직장인 A씨는 최근 회사에 소문나면 그만둘 처지에 처할 정도의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다. 그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동료의 입을 막기 위해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건넨 뒤, 소문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통해서 A씨가 저지른 불미스러운 일이 회사에 알려지면서 결국 그는 그만두게 됐다. 이에 A씨는 해당 동료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

돈을 모두 사용한 동료는 A씨가 돈을 돌려달라고 연락할 때마다 ‘주겠다’고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룬 지 몇 달이 지났다고 한다.

A씨 어머니는 “차용증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냥 (돈을) 줬다고 한다. 돈을 받을 방법이 있나”라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김아영 변호사는 “동료가 소문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대가로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실제로 소문낸 것은 동료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그 동료는 계약 조건을 지킨 것”이라며 지금까지 상황에서는 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봤다.

다만 ‘돈을 돌려달라’는 A씨 연락에 ‘주겠다’고 답한 동료의 대답이 쟁점이었다.

김 변호사는 “이 행위는 한 번 더 계약이 체결된 것이거나 이전 계약을 취소·해지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기존 계약을 쌍방 합의로 해지했거나 취소했으면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구두로 약속한 사항이며, 해당 내용이 통화에 녹음됐다면 이를 근거로 반환 청구를 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김 변호사는 A씨가 동료에게 준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두고 민법 제104조에 따른 불공정한 법률 행위가 아닌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법 제104조에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 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김 변호사는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라고 하면, 자신이 상대방에게 준 급부에 비해서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급부가 현저하게 균형을 잃을 정도로 큰 경우에 이것을 부당한 재산적 이익으로 보고 돌려줘야 한다는 무효의 행위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안의 경우 동료가 소문을 내지 않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1000만원이 넘는 큰돈을 받았다. 과연 함구하는 조건이 A씨가 계속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데 얼마나 지장을 줄 정도인지, 그런 것을 감내하는 조건으로 1000만원을 주는 것이 타당한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그게 밝혀지면 회사에서 불리한 처지에 처하게 된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직장 동료 간 부탁을 하고 상식적으로 봤을 때 주고받을 수 있는 돈이 1000만원이 넘는 게 합당한 것인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특히나 지금 A씨가 이 일이 알려지면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사정이 다소 궁박한 게 아닌가도 살펴봐야 한다”며 “궁박한 것은 반드시 경제적인 것에 한정하지 않는다.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것은 직장인에게 아주 큰 불이익을 얻는 위험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회사에 남는 것이 A씨에게 경제적으로나 지위적으로 중요한 것인가에 따라 궁박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A씨의 상황이 궁박한 사정이고, 동료가 이를 알고 이용하려는 의사가 인정된다면 민법 제104조를 적용해 ‘1000만원 계약’을 무효로 볼 여지도 있다고 한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동료가 차일피일 미루며 돈을 돌려주지 않는 것에 대해 “반복적으로 ‘준다’고 대답하고 있기 때문에 통화할 때 녹음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당사자 간의 통화 녹음은 불법이 아니므로 녹음하셔서 이를 근거로 반환 청구를 법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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