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낚시 준비하다 北 지뢰가 '쾅'…법원 "국가가 배상하라" [이번주 이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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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30. 오전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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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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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로 북한군 매설 지뢰 건드려 폭발사고
법원 "국가, 지뢰 설치 주체와 상관없이
군용폭발물 사고 예방의무 있는데도
경계표지 설치, 수색작업 안해…과실 인정"


비무장지대 지뢰 푯말.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낚시 준비를 하던 중 지뢰가 폭발해 중상을 입은 남성에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1심 판결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최성수 부장판사는 최근 A씨와 그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7월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김포대교 북단 부근 한강변에서 낚시를 준비하던 중 낚시 의자를 땅에 놓다가 지뢰를 건드려 지뢰가 폭발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씨는 혈흉 및 혈심낭, 심장 손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국립수사원 조사 결과 지뢰는 북한에서 사용하는 PMN-1 대인지뢰로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육군 관리하에 있었으며, 하천환경 정비사업 등으로 인해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낚시 금지구역이었다.

A씨 부인과 자녀 등 가족은 '국가가 폭발물을 유실해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치료비와 일실수입, 위자료 등 총 1억1000만원의 손배해상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국가가 유실 책임을 진다는 원고 주장은 지뢰가 북한군이 매설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인정하지 않았지만, 국가가 지뢰를 사전에 제거해 위험을 방지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피고나 북한 혹은 제3국 등 어느 주체가 설치한 것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지뢰 등 군용 폭발물로 인한 재난을 예방 및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은 지뢰로 인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지역을 관할하는 군부대의 장이 지뢰지역 주위에 경계표지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사고지역은 인근에서 두 차례 국군이 사용하는 M14대인지뢰가 발견되는 등 지뢰지역에 해당하는데, 경계표시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사고 발생 전부터 집중호우로 인해 지뢰가 유실돼 강 인근에서 지뢰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사고가 다수 발생하는 등 이번 사고지역에서도 지뢰가 있었을 가능성이 예견됐는데도 군인공무원들이 수색, 제거 작전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가 출입통제, 낚시 금지에도 불구하고 사고지역에 출입한 점, 사고지역에서 이전에 지뢰폭발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었던 점 등도 고려했다"며 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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