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전 9시쯤 휴대폰을 보니 자신을 '전문투자가'라 소개한 A씨에게서 이런 문자가 와 있었다. A씨는 전날 저녁 7시쯤 문자로 코스닥 종목 세개를 보냈었다. 이어 다음날 아침 세 종목의 수익률이 각각 24%, 25%, 19%였다며 자신의 '리딩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리딩방은 전문투자자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투자 조언을 하는 SNS 대화방을 말한다.
A씨가 종목을 추천한 저녁 7시는 장은 마감된 시간이다. 전날 수익률은 이미 확정된 시점이다. 그런데 A씨는 마치 해당 종목들이 오를 것임을 예상한 것처럼 문자를 보냈다. 금융업계 종사자 박모씨(29)는 "A씨가 자신이 투자한 여러 종목 중 수익이 난 것만 보여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 금융계에 따르면 하락장에 낙담하거나 갑자기 빚을 진 채무자들이 이런 광고에 속는다고 한다. 피해액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한다. 상담을 원하는 척 A씨와 대화를 해봤다. 이들의 수법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평균 수익률 20%...첫 두달 환불은 어려워요"
단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회원들이 수익을 빠르게 보길 원해서라고 한다. 짧게는 이틀, 길어도 2주 안에 오를 종목을 추천한다고 했다.
종목 추천을 받으려면 회원 등록을 해야 한다. 등급은 VIP와 VVIP, RVIP 세 개로 나뉘었다. 입회비가 있다. VIP는 300만원, VVIP는 500만원, RVIP는 800만원이다. 원래 입회비를 내면 회원 자격이 6개월 부여된다고 한다. 하지만 첫 가입이기 때문에 프로모션을 붙여준다고 했다. 가입비는 50% 깎고 회원 기간은 1년으로 늘려준다고 했다. A씨는 회원이 모두 합쳐 2만명에 달하고, 그중 20% 정도가 RVIP 등급을 쓴다고 했다.
회원 등록을 하면 매일 문자나 익명의 메신저에서 상승 종목과 매수, 매도 타이밍을 알려준다고 한다. 종목 추천은 투자 전문가 3~4명이 한다고 한다.
높은 등급에 들수록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추천해준다고 한다. A씨는 "등급에 맞춰서 나오는 종목이 다르다"며 "RVIP 회원들에게만 한정적으로 종목 추천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중도 해지는 어렵다. A씨는 "첫 2개월 동안은 해지나 취소 환불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등록 업체 확인해야...피해 입으면 민원 신청
지난해 금융감독원(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리딩방 피해 민원은 3442건이었다. 전년(1744건)보다 97.4% 늘어난 수치였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광고에 속아 고액의 입회비를 내고 리딩방에 들어갔다가 오히려 손해를 입어서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한 사례가 있다. 환불을 요구했다가 더 높은 등급 가입을 권유받고 입회비를 냈다가 리딩방 일당이 잠적한 사례도 있다.
금감원은 리딩방 가입 권유를 받으면 먼저 운영업체가 등록 회사인지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리딩방을 운영하는 업체는 유사투자자문업체로구분된다. 해당 업체를 운영하려면 금감원에 신고를 해야 한다.
금감원이 운영하는 금융소비자 정보포털사이트 '파인'에는 유사투자 자문업자 신고현황 페이지가 있다. 해당 페이지에서 업체 이름을 검색했는데 안 나오면 미신고 불법 영업 중인 리딩방이다. 금감원에 신고하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리딩방 운영자는 처벌된다.
정식 등록업체가 운영하는 리딩방에 들어갔지만 제대로 환불을 해주지 않는 불공정 계약을 맺었거나 과장 광고에 속았다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를 입었다는 증거를 바탕으로 공정거래위원회나 수사기관에 제보, 고발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장 광고가 형법상 사기로 인정된다면 리딩방 운영자들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 최근 서울서부지법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서모씨(37)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씨는 보름 동안 150%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피해자들의 투자금 약 1억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할 능력과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