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교육 없이 초등생에 ‘동성애 위험’ 동영상…대법 “정서적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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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8.06. 오후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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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부원장·원감, 봉사활동 온 5·6학년생에 ‘교육’
“구체적 성행위 방법과 사진까지 보여줘…정신적 충격”
대법원 전경


어린이집에 봉사활동을 하러 온 초등학생들에게 사전교육 없이 ‘동성애가 위험하다’는 내용의 영상을 보여준 행위는 아동학대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구의 한 어린이집 부원장과 원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2017년 6월 어린이집에 봉사활동을 나온 초등학교 5∼6학년생들에게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동성애와 에이즈의 위험성을 설명하는 사진과 유튜브 동영상을 30분간 보여주고 시청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행 아동복지법에서는 “누구든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돼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규정돼있다.

1심과 2심은 동성애나 에이즈에 대한 사전교육 없이 보호자도 동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초등학생들에게 관련 동영상을 보여준 행위는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영상의 주된 취지는 ‘동성애는 에이즈를 확산할 위험이 있으므로 동성애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만, 동성애 등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자세한 설명과 함께 사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성행위 방법에 대해서까지 설명했다”며 “피해 아동들은 동영상 시청에 따라 수반되는 정신적인 충격이나 불안감 등을 대비하기 위해 미리 동영상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 사전지식을 습득하는 등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전혀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 아동들은 동영상 시청에 대해 거부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며 “동성애와 에이즈에 대한 사전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보호자도 동석하지 않은 채로 이 같은 동영상을 시청하게 된다면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 동영상이 에이즈 예방 차원에서 갖고 있는 교육적인 내용을 순기능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아동복지법에서 정한 정서적 학대행위,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과의 구별,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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