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우는 남편 위치추적·자동차수색한 부인 최후는[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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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25. 오전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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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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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2018년 11월 남편 A씨와 결혼해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살았던 최모씨는 2020년 12월 직장에 복직할 무렵부터 친정집에서 생활하면서 남편과 주말부부로 지냈다.

두 사람은 A씨의 외박과 유흥 등 문제로 2021년 2월부터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고, 최씨는 결국 2021년 5월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외도 이미지. 아시아경제 DB


서로가 상대방의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 이혼소송이 한창 진행되던 도중 A씨는 자신의 외도를 의심했던 최씨의 과거 행적을 문제삼았다.

외도의 증거를 찾기 위해 최씨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몰래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어플)을 설치하고,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하기 위해 자동차를 수색했던 것과 홈캠(가정용 촬영 기기)에 녹화된 시댁 식구들의 대화 내용을 누설한 행위 등이었다.

최씨는 2022년 4월 11일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에게는 모두 3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첫 번째 혐의는 남편 A씨 모르게 휴대전화에 위치추적 어플을 설치한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 )위반 혐의였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2019년 8월 24일 A씨가 샤워를 하고 있을 때 미리 습득해 둔 패턴을 입력해 A씨의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한 뒤 '젠니'라는 위치추적 어플을 설치해 남편의 위치정보를 수집했다.

또 2020년 2월 29일에도 같은 방법으로 남편의 휴대전화에 '지나리'라는 위치추적 어플을 설치해 위치정보를 수집했다.

두 번째는 남편이 바람피우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차량을 수색한 혐의였다.

최씨는 2021년 3월 28일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남편의 K5 승용차의 차문을 미리 보관하고 있던 보조키를 이용해 연 뒤,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안에 있던 메모리카드를 갖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최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재판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혐의다.

최씨는 2020년 5월 1일 오후 1시부터 오후 1시40분까지 자신의 집 거실에서 남편과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동생이 나눈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뒤 같은 날 오후 3시41분경 대화 녹음 파일을 시누이에게 메신저로 전송한 혐의를 받았다.

최씨가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은 아니었고, 2020년 2월 남편의 동의를 받아 거실에 설치한 홈캠에 자동으로 대화 장면이 음성과 함께 녹화된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최씨가 시댁 식구들의 동의 없이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하고, 대화 내용을 누설했다고 판단해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1항 1호(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 녹음)와 2호(1호에 따라 알게 된 대화 내용을 누설)를 적용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1항은 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이나 청취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16조 1항 1호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된다.

또 이처럼 불법적인 방법으로 알게 된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경우에도 같은 형으로 처벌을 받는다.



2022년 12월 15일 최씨의 1심 재판을 맡은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형사1부(재판장 주은영 판사)는 최씨의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 최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피해자 몰래 피해자의 스마트폰에 위치추적 어플을 설치해 피해자의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것으로서 이는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그 죄책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다. 피고인이 법률상 배우자인 피해자의 부정행위 여부를 확인할 목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므로 그 범행 동기에 일부나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존재한다"라며 "이러한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씨가 남편 A씨의 외도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어플을 설치했다는 점을 양형에서 고려해준 것이다.

반면 재판부는 최씨의 자동차수색 혐의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먼저 자동차수색죄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관리하는 자동차를 최씨가 A씨의 명시적·묵시적 승낙을 받지 않고 그 의사에 반해 수색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최씨는 해당 자동차의 공동관리자에 해당하거나, 설령 공동관리자가 아니더라도 A씨로부터 자동차의 출입이나 수색 등에 관한 일반적 양해를 받은 법률상 배우자로서, 그 양해가 철회된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자동차수색죄를 저질렀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자동차는 시동생 명의의 차량으로 평소 남편 A씨가 주로 운행했고, 최씨는 따로 운행하는 차량이 있었지만, 최씨 역시 해당 자동차의 보험상 운전자로 등록이 돼 있었고, 평소 남편의 부탁을 받고 남편 대신 해당 차량을 운전하거나, 남편의 부탁 없이도 차량에 있는 사과 등 물건을 가져오는 등 차량 관리자로서의 지위를 일부 보유하고 있었다고 본 것.

또 최씨가 갖고 있던 차량 보조키는 차량 수색이 있기 한참 전에 남편이 최씨에게 맡긴 것으로, 자동차 수색 전후에 남편이 최씨에게 보조키를 돌려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는 점도 감안이 됐다.

또 수색 당시를 전후해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에 비춰 볼 때 2021년 3월 당시 혼인관계가 갈등관계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아직 완전히 파탄나지는 않았고, 두 사람의 혼인관계가 완전히 파탄에 이른 것은 최씨가 신혼집에서 자신의 짐을 챙겨 나온 뒤 남편에게 '내 짐 다 뺐음, ㅅㄱ'라는 메시지를 보낸 2021년 4월 26일경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1심 재판부는 최씨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대화 무단 녹음 및 누설) 혐의도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무단 녹음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기 위한 어떤 작위로서의 녹음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최씨는 남편의 동의를 받고 설치한 홈캠이 움직임을 감지해 자동으로 녹음한 대화 내용을 확인했을 뿐, 어떤 별도의 추가적인 작위로서의 녹음행위를 하지 않았고, 당시 시댁 식구들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려는 고의도 없었다는 이유였다.

누설 혐의 역시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해 몰래 녹음한 대화를 전제로 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최씨의 경우 해당이 안 된다고 봤다.

검사와 최씨 모두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됐다.

검사는 1심에서 무죄가 난 부분을 다퉜고, 최씨는 벌금 300만원의 형이 너무 무겁다며 양형부당을 주장했다.

검사는 1심 재판부가 '홈캠에 자동으로 대화가 녹음된 것은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감안해, 항소심에서 공소장변경 허가를 신청, '청취' 혐의를 추가했다.

1심에서 무죄가 난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대화 몰래 녹음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청취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1항 1호)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것이다.

하지만 2심을 맡은 대구고등법원 형사2부(재판장 정승규 판사)는 검사의 예비적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타인 간의 대화 청취 행위'는 타인 간의 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동시에 이를 청취할 것을 그 요건으로 한다고 해석된다"라며 "따라서 과거에 완료된 대화 내용의 녹음물을 듣는 행위는 위 구성요건 및 위 위반행위를 전제로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1항 2호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최씨의 자동차수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1심의 판단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재판부는 최씨의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벌금 300만원의 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다른 처벌 전력이 없는 점과 남편의 부정행위 여부를 확인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만큼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존재하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최씨가 형사재판 2심을 받는 도중인 2023년 4월 14일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에서 이혼소송 1심 판결이 나왔는데, 법원이 남편 A씨의 최씨에 대한 특수협박 및 A씨의 성매매를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이유로 보고 이혼 판결을 선고한 점에 비춰 최씨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결했다.

선고유예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때 피고인이 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할 경우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해주는 제도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검사는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2월 29일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최씨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녹음·청취·누설) 혐의와 자동차수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에 대해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2022년 4월 최씨가 기소된 지 거의 2년 만이었다.

재판부는 검사가 2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대화 무단 청취 혐의와 관련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6조 1항은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라며 "여기서 '청취'는 타인 간의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그 대화의 내용을 엿듣는 행위를 의미하고, 대화가 이미 종료된 상태에서 그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행위는 '청취'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것은 대화 자체의 '청취'라고 보기 어려운 점 ▲법 제3조 1항이 대화 자체 외에 대화의 녹음물까지 청취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법 제14조 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타인 간의 비공개 대화를 자신의 청력을 이용해 듣는 등의 행위까지 처벌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이를 실시간으로 엿들을 수 있는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해 이뤄지는 청취만을 금지하고자 하는 취지의 조항으로 보이는 점 ▲법 제3조 1항, 제16조 1항은 '녹음'과 '청취'를 나란히 금지 및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녹음의 대상인 '대화'가 녹음 시점에 실제 이뤄지고 있는 대화를 의미한다면, 같은 조항에 규정된 '청취'의 대상인 '대화'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취 시점에 실제 이뤄지고 있는 대화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종료된 대화의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행위도 제3조 1항의 '청취'에 포함시키는 해석은 '청취'를 '녹음'과 별도 행위 유형으로 규율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1항에 비춰 불필요하거나 '청취'의 범위를 너무 넓혀 금지 및 처벌 대상을 과도하게 확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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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시아경제에서 법조팀장을 맡고 있는 최석진 기자입니다. 진실 앞에서 좌고우면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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