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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친정 먼저 간다고 혼낸 시어머니…연 끊고 싶어요" [법알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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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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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번 추석엔 친정 먼저 가려고요"
"시댁 말 안 들을 거면 고아랑 결혼해야지"

명절이 두려운 며느리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머니, 이번 추석에는 친정 먼저 가기로 했어요."

"시부모 말 안 들을 거면 고아랑 결혼을 했어야지."


오랜만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지만, 이 순간이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아직은 대하기가 어렵기만 한 시부모님을 찾아봬야 하는 '며늘아기'들이 그 주인공이다. 설날에 시댁을 먼저 갔으니, 추석에는 친정을 먼저 가겠다는 작은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는 시댁과 남편이 야속하기만 하다.

결혼 경험이 있는 '돌싱'들도 결혼 생활 시절 시댁 방문을 놓고 배우자와 격돌했던 스트레스가 아직 생생한 분위기다.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와 결혼정보업체 비에나래가 전국 돌싱 남녀 518명(남녀 각 259명)을 대상으로 한 추석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시가 가족과 만남'(29.3%)을 1위로 꼽았다. 남성은 '아내와의 일정 조율'(30.5%)을 가장 많이 꼽았다.

명절에 빚어진 부부 갈등은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명절 이혼'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실제로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2018~2020년 설과 추석 명절 직후인 2~3월과 9~10월의 협의 이혼 건수가 명절이 아닌 시기보다 증가했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도 "명절이 지나면 의뢰인들이 많아진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석을 앞둔 온라인 커뮤니티는 시댁이 가기 싫은 며느리들의 '성토장'이 되곤 한다. 이번 추석에는 "설날에 시댁을 먼저 갔으니, 추석에는 친정을 먼저 가겠다"고 선언했다가 시어머니로부터 호되게 혼이 났다는 며느리의 사연이 화제를 모았다.

올해 초에 결혼했다는 여성 A씨는 "결혼을 하면 여자가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고, 사실 여자가 결혼해서 좋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면서 컸다. 엄마, 언니가 결혼 후 많이 우는 걸 보며 결혼을 하기 싫었다"며 "그래서 남편에게 참 많은 조건을 걸고 결혼했다. 하지만 제가 멍청한 것 같다. 남편은 남편이고 시댁은 또 다른 존재라는 걸…"이라고 운을 뗐다.

A씨는 남편과 결혼 전 △각자의 부모에게 각자 잘하기 △시댁이랑 여행 한 번 가면 친정이랑도 여행 한 번 가기 △아내가 시댁에서 요리하고 설거지한다면 남편도 친정 가서 요리하고 설거지하기 △용돈 각자 드리기 등 조건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엄마한테 '며느리 생기면 부려 먹을 생각하지 말라'고 말 많이 해뒀어!"라는 남편의 호언장담에 A씨는 결혼을 결심했다고.

하지만 이번 추석을 앞두고 양가 방문 일정을 조율하면서 결국 갈등이 터지고 말았다. 결혼 후 첫 명절인 설날엔 시댁에 먼저 갔던 A씨는 이번 추석에는 친정에 먼저 가고 싶어 남편에게 말을 꺼냈다. 그러자 남편은 "우리 집엔 아들이 하나라 제사 때는 꼭 가야 한다"고 며칠간 불만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 친정에 먼저 가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시어머니의 반응은 냉담했다. A씨는 "시어머니랑 얘기를 나누다가 추석 얘기가 나와서 '친정 먼저 가기로 했다'고 말했더니, 시어머니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시어머니는 당시 "너희 집은 제사를 안 지내니까 먼저 갈 필요가 없다", "네가 시집을 왔으면 시댁의 문화를 따라야 한다", "너는 시집을 왔으니 이제 제사를 지낼 때 남편과 한 세트인 것처럼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A씨가 "저희는 결혼 전에 이미 이런 부분은 약속하고 결혼했다"고 반박하자, 시어머니는 "시부모님 말을 듣지 않을 거라면 고아랑 결혼했어야지. 남자 집안의 문화를 따르지 않을 거라면 부모가 없는 사람을 만났어야지. 제사를 지내는 집이 아니면 모를까 제사를 지내면 절대 그러면 안 된다"는 답을 내놨다고 한다. A씨는 글을 마치면서 "시댁이랑 연 끊고 싶다"고 토로했다. 네티즌들은 "이혼하겠다고 강하게 나가라", "일단 이혼 먼저 해라", "무슨 종 취급을 하고 있다" 등의 조언을 건넸다.

조하영 법무법인 교연 대표변호사 도움말에 따르면 명절에 이혼율이 높아지게 되는 실제 생활 속 사례들은 A씨의 사연과 같은 '아내가 시댁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뿐만 아니라 △남편이 친정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 △제사를 거부하는 경우 △상대방의 친척들이나 부모에 대해서 안 좋게 이야기하는 경우 등이 있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는 ①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②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③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④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⑤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⑥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등 6가지 재판상 이혼 사유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절 갈등의 경우 3호, 4호, 6호(심히 부당한 대우,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적용을 고려할 수 있지만, 부당한 대우나 중대한 사유를 바라보는 대법원의 판단이 엄격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명절 갈등 때문에 이혼소송을 진행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민법 제840조에서 말하는 심히 부당한 대우를 "혼인 당사자의 일방이 배우자로부터 혼인 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중대한 모욕을 받았을 경우"라고 판단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부부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아이 문제, 돈 문제, 수많은 갈등 상황이 있다. 명절은 이런 갈등 상황 중 하나일 뿐"이라며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가 이혼을 논할 수 없듯이, 우리가 명절을 해마다 맞이해야 하는 만큼, 상대방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지면 적어도 명절로 인한 이혼만큼은 막을 수 있지 않겠냐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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