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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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처가 수준 떨어져”,“장인·장모 냄새 구역질 나”…몰래 욕한 남편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되지 않음. 게티이미지

 

결혼생활 내내 자신과 자신의 부모를 험담하는 글을 몰래 온라인 커뮤니티에 쓴 남편과 이혼하고 싶다는 아내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연의 주인공 A씨는 24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를 통해 동갑내기 남편과 댄스동호회에서 처음 만나 결혼한 지 2년 됐다고 소개했다. A씨는 남편과 자신의 집안 환경이 많이 다르다고 운을 뗏다.

 

그는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학에 가지 않고 곧바로 직장생활을 했고, 부모님은 중학교만 나오신 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살아오셨다”며 “반면 남편과 시댁 어른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하셨고, 경제적으로도 친정보다는 넉넉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혼집도 시댁에서 전세보증금 2억원을 지원해줘서 마련했고, 친정에서는 예단비 7백만원을 시부모님께 드렸다”며 “저희 부모님은 아무것도 없는 집안에서 자란 저를 가족으로 맞아준 남편에게 늘 고마워하셨고, 직접 기른 농산물을 부쳐주곤 하셨다”고 말했다.

 

문제는 남편의 컴퓨터를 사용하던 A씨가 우연히 남편이 온라인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에 올린 글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남편이 “예단비 천만 원도 버거워서 빌빌거리는 집구석”, “처가에 갈 때마다 비위가 상한다”, “장인, 장모 곁에 가면 비료 냄새가 나서 토할 것 같다”, “우리 집이랑 수준 차이가 너무 나는데 불쌍한 사람 거둬주는 셈 치고 같이 살고 있다”, “학력이 중졸인 못 배워먹은 집안” 등 처가에 대한 비하와 조롱이 담은 글 수백개를 익명으로 작성해온 것.

 

A씨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친정으로 왔고, 현재 남편과 별거 중”이라며 “남편은 계속 집에서 얘기하자면서 저를 설득하고 있다. 저는 이미 남편에게 모든 정이 다 떨어졌고, 심지어 무섭기까지 하다. 남편과 이혼을 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런데 평소 남편과 저는 큰 문제 없이 잘 지내왔고, 특히 남편이 저희 부모님께 깍듯하게 잘 대했다”며 “인터넷 게시글만으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사연을 접한 이경하 변호사는 남편이 온라인상에서만 욕설과 비하를 한 점을 들어 소송에서 다툴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법원에서 조정 조처가 내려지더라도 부부 상담 과정에서 일관되게 이혼 의사를 피력하고 남편의 글이 일회성이 아닌 혼인 기간 내내 지속됐다는 점을 강조하면 민법에서 (이혼 사유로) 정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별거 중인 상황도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별거 기간이 길어지면 이혼 사유 중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수 있다”며 “혼인 기간이 2년으로 짧은 편이고 자녀도 없어 별거가 지속된다면 부당한 대우를 이유로 소송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남편을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이 변호사는 “남편이 익명 사이트에 또 익명으로 작성한 게시글만으로는 A씨와 A씨 부모가 특정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모욕죄나 명예훼손으로 처벌받게 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