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7명 중 5명 ‘참작 동기 살인’으로 볼 수 없어
재판부 “고령이어서 검찰 구형 20년보다 낮은 12년”
부부싸움 중 1000만원이 화근이 돼 아내를 살해한 80대 남편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부(권기철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82)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6일 오후 6시쯤 부산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내 B씨(75)와 부부싸움을 했다. 평소 B씨가 A씨에게 이혼을 요구하자 A씨는 1000만원을 주면 집을 나가겠다며 이혼을 거부해왔다. 살인이 벌어진 이 날도 1000만원이 화근이었다. A씨는 안방 침대에 누워있는 B씨에게 1000만원을 주면 집을 나가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B씨가 거절하자 부부싸움이 시작됐고, 격분한 A씨가 B씨의 목을 조른 뒤 세게 눌렀다. B씨는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했다. A씨는 자녀와 사위에게 아내를 죽였다고 알렸고, 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현장에서 체포됐다.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 중 5명은 참작 동기 살인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A씨 스스로 경찰 조사에서 ‘돈 때문에 피해자를 죽였다’고 진술한 데다가 범행 당시 격분하기는 했으나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A씨 변호인 측은 A씨가 평소 B씨와 돈 문제로 불화가 있었고, 둘째 딸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등 ‘참작 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둘째 딸로부터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겪어 왔음을 인정할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자녀들은 아버지가 오랫동안 어머니를 가해해 왔다고 하면서 엄벌을 탄원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기준상 제2 유형인‘보통 동기 살인’을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검찰이 구형한 징역 20년보다 낮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사는 둘째 딸이 피고인을 아버지로서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범행 무렵에는 아내가 딸을 두둔하며 이혼을 요구하자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싸움 중에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이 일어난 점, 고령이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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