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랭크 자세로 압박’ 어린이집 원장 징역 19년···재판부, 살인죄 적용 안 해

김태희 기자

법원, 1심서 아동학대치사 혐의 적용

“살인 고의성 있다 단정하기 어려워”

부모 “14분간 압박 땐 성인도 사망”

지난해 11월10일 어린이집 원장의 학대로 숨을 거둔 천군의 빈소. 피해 아동 가족 측 제공

지난해 11월10일 어린이집 원장의 학대로 숨을 거둔 천군의 빈소. 피해 아동 가족 측 제공

생후 9개월 된 아동을 눕힌 채 쿠션을 올리고 플랭크 자세로 압박해 숨지게 한 어린이집 원장이 1심에서 징역 19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지만, 법원은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정재)는 20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A씨(60대)에게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또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생후 9개월 아동 억지로 재우기 위해 학대 행위를 반복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면서 “이 사건 동기나 정황에 비춰 볼 때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다른 아동들을 대상으로도 상당기간 학대를 해왔다. 사안이 가볍지 않고 다른 아동들도 자칫 중대한 결과에 이를 수 있었다”면서 “피고인은 아이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아동들을 함부로 대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은 고통을 호소하다가 고귀한 생명을 잃었고 가족들은 아들이 5일만에 주검으로 돌아왔다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앞에 신음하고 있다”면서 “피해 가족들에게 현재까지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씨에게 아동학대살해 대신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사건 발생 당시 A씨의 행동에 비춰 볼 때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망이라는 결과만 두고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아이 위에) 방석을 반 접어 압력을 줄이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걸 인지하고 119에 신고했고,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았던 점으로 볼 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 동기는 아동을 재우겠다는 것이지 아동을 죽이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의적 범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선고가 끝나자 방청석에 있던 피해 아동 천모군(생후 9개월)의 부모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울음을 터뜨렸다. 천군의 아버지는 “14분간 아이를 압박한 행동에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면서 “그 정도면 성인도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군의 어머니는 “가해자로부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면서 “아이가 세상을 떠났는데 19년형밖에 받지 않는 것이냐”라고 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0일 자신이 운영하는 경기 화성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9개월 된 아동인 천군이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엎드린 자세로 눕힌 후 머리까지 이불과 쿠션을 덮고 그 위에 엎드려 14분 동안 압박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사건 당일인 천군을 엎드린 자세로 눕힌 후 머리까지 이불과 쿠션을 덮고 그 위에 플랭크 자세로 엎드려 14분 동안 압박했다. A씨는 이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천군의 옆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기도 했다. 천군은 거실 구석에서 이불과 방석이 덮힌 채 방치돼 있었다. 그는 3시간가량이 지난 뒤에야 천군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다른 보육교사를 불러 119에 신고했다.

검찰은 앞서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30년에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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