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친부 몰라서' 화장실에 아이 낳고 남친 만나러 간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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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4.14. 오전 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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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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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죽어도 어쩔 수 없다."

미혼모 A씨(22)는 지난해 3월 자신이 살고 있던 원룸 화장실에서 피해 아동 B군을 낳고 차가운 변기 안에 내버려 둔 채로 외출한 뒤 친구 C씨(22·여)에게 이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2021년 7월 남자친구 D씨와 교제하던 중 임신테스트기를 통해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태아의 친부가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없자 D씨에게 임신 사실이 들통날까봐 헤어졌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A씨는 B군을 낳을 수 없다고 생각해 낙태를 하고 싶었지만 경제적 도움을 받을 남자친구가 없어 계속해서 낙태시술을 미뤘다.

A씨의 배가 점차 만삭이 됐고 임신 35주차가 되자 급하게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구매한 낙태 약물을 마셨다.

통상 35주차가 되면 배 속의 태아는 부모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등 감각 체계가 완성됐고 웃고 화내고 찡그리는 등의 다양한 표정도 지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낙태 약물을 판매하는 인터넷에서는 '사산된 태아가 나올 것'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A씨는 출산하는 과정에서 태아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됐다.

두려움을 느낀 A씨는 피범벅이 된 B군을 차가운 변기 안에 방치하고 변기 뚜껑을 덮은 채 남자친구 E씨를 만나러 나갔다.

그는 E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도 B군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 C씨에게 지속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4시간 동안 변기 안에서 방치된 B군의 상태가 걱정된 C씨는 지인에게 택시비를 빌려 A씨의 집으로 달려갔다.

피범벅이 된 B군을 꺼낸 뒤 따뜻한 물로 간단하게 씻긴 뒤 수건과 두꺼운 옷으로 B군을 꽁꽁 싸매고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왔다.

B군의 몸이 너무 차갑자 C씨는 전기장판 위에 B군을 올려놓고 체온을 올리려고 노력했지만 충분한 영양공급이 되지 않아 다음날 B군은 숨졌다.

재판부는 영아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피해 아동의 보호나 생명 유지를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피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영아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피해 아동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지인에게 택시비를 빌렸다. A씨와 문자메시지로 대화한 내용을 보면 '살아만 있어 달라'고 했고 피해 아동을 살릴 의사로 A씨의 집에 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지인에게 마트에 가서 분유와 젖병을 사오도록 부탁했고 친구들과 약속을 취소하고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집에 머물렀던 점, 아르바이트를 간 사이에는 지인에게 피해 아동을 부탁했던 점 등을 봤을 때 A씨의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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