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약속하다 헤어진 커플…이별하면 반반 나눠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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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12.11. 오전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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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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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혼' 인정시 혼인관계 준하는 재산분할·위자료 가능
경제적 공동생활·가족교류 등 인정 안되면 '동거'
ⓒ News1 DB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 장모씨는 4년 간 동거하던 여자친구 A씨와 최근 헤어졌다. 각자 한 차례 이혼을 경험한 장씨와 A씨는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양가의 제사, 결혼식 등에 참석하며 여느 부부와 다름없이 살아왔다. 장씨는 A씨에게 매달 생활비를 줬고, A씨는 장씨에게 승용차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말다툼 후 A씨가 집을 나가면서 두 사람의 사실혼 생활은 마침표를 찍었다.

# 김모씨는 5년간 사귀던 여자친구 B씨가 가출하면서 결별하게 됐다. 김씨는 B씨에게 자신의 통장을 맡기고 금전거래를 일임할 만큼 각별한 사이였다. 둘의 동거 기간 B씨는 자신의 명의로 토지 등 부동산을 매입하며 재산을 축적하기도 했다. 이들 역시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주민등록상으로는 같은 주소지로 등록되어 있었다.

장씨와 김씨는 이별 후 전 연인을 상대로 가정법원에 위자료(사실혼파기) 소송을 제기했다. 유사한 사례로 보이지만 두 사람이 받아든 판결문은 극명하게 갈렸다. 법원은 장씨의 경우 '사실혼'으로 보고 "재산분할로 3470만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했지만, 김씨에 대해서는 '동거'로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장씨와 김씨의 엇갈린 판결은 사실혼과 동거에 대한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현행법상 사실혼은 법률상 혼인 상태에 준하는 수준으로 권리와 책임을 보호한다. 사실혼이 해소될 경우 사실혼 기간 중 공동으로 축적한 재산에 대해선 상대방에게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실혼 관계의 부부 중 한쪽이 제3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사실혼 관계가 파탄났다면 상대방과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사실혼(事實婚)은 남녀가 부부로서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영위하지만 법률상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부부관계를 말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실혼 인정요건은 △주관적으로 남녀 모두 '결혼'을 하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하고 △객관적으로 사회통념상 부부공동생활을 영위한 경우다.

결별 후 법적분쟁은 '동거'와 '사실혼'의 경계 및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사실혼 인정 요건에 각자의 주관적 판단이 가미돼 '혼인 의사'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대개 재산 분할 문제가 걸려있어 돈을 받으려는 이와 지키려는 사람 간 주장이 엇갈린다. 이 때문에 법원은 '부부공동생활'에 해당하는 △결혼식 여부 △가족과의 교류 여부(관혼상제 참석 등) △생활비 공동 지출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장씨와 김씨의 사례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부부로서의 공동생활 영위 여부에 큰 차이가 있다. 장씨는 여자친구에게 △생활비를 주는 등 경제적 공동체를 구성하고 △양가 경조사에 참석하고 △가재도구와 가전제품을 함께 구매했으며 △A씨는 수사기관 진술 조사에서 장씨를 '배우자'라고 지칭했다.

반면 김씨는 △여자친구와 주민등록상 주거지만 같을 뿐 실질적으로 같이 살았다는 증거가 없고 △여자친구가 통장관리를 하게 된 이유는 경제적 공동체를 영위하기 위한 것이 아닌 김씨의 개인적인 사유였으며 △교제기간 중 생활비를 함께 지출했다는 증거도 없었다.

주관적 혼인 의사에 있어서도 두 사례는 큰 차이가 있다. 장씨 커플은 '양쪽 모두 재혼이라서 혼인신고를 신중히 하고 싶다'고 진술했다. 반면 김씨는 뚜렷한 사유가 없음에도 5년 넘게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김씨가 주관적인 혼인 의사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사실혼으로 인정되더라도 법률혼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사실혼 부부는 법률혼 부부와 달리 상대방의 가족과 친족관계가 생기지 않고, 가족관계등록부에도 기재되지 않는다. 또 사실혼 배우자 사망했을 때 상속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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