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폭행에 아이는 15층 난간에 매달려야만 했다[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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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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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사건…가해자 4명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80분간 잔혹 폭행→피해자 숨져
피해자 숨지자 '자살'로 입맞춤…최장 징역 7년 불과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8년 12월 12일. 검찰이 10대 중반의 중학생 4명을 구속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혐의는 상해치사와 공동 상해·공갈 등 무시무시했다. 이들은 바로 같은 학년 친구를 고문 수준으로 폭행·학대하다 건물 아래로 추락해 숨지게 한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의 가해자들이다.

인천 중학생 집단폭행 추락사 사건 가해자들. (사진=연합뉴스)
사건의 발단은 피해자 A군(당시 14세)이 가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 외모를 특정 BJ와 닮았다고 한 발언이었다. 주범인 B군은 기분이 나쁘다며 친구들을 모아 A군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것이다.

B군은 친구 C군, D군과 함께 2018년 11월 13일 새벽 1시께 피해자가 있던 PC방에 찾아가 피해자를 데리고 나왔다. 이중 D군의 경우 A군과 비교적 가까운 친구사이였지만 폭행에 가담했다.

B군 등은 이후 A군을 인적이 드문 공원으로 데려간 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폭행을 견디지 못한 A군이 도망가려 하자 피해자를 쫓아가며 잡는 ‘사냥놀이’를 하기도 했다.

80분간 고문 수준의 폭행·학대 가해

이들은 A군을 그날 오후 다시 불러내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때 A군과 전혀 알지 못하는 E군도 불러내 폭행해 가세했다.

B군 등 4명은 오후 5시20분께 한 아파트 옥상으로 A군을 끌고 간 후 또다시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차라리 죽어라”며 A군 멱살을 잡고 옥상 난간으로 끌고 가 떨어뜨릴 것처럼 위협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폭행한 것을 넘어 성적학대와 엽기적 학대행위를 하기도 했다. 폭행과 학대는 무려 80분 가까이 계속됐다. 계속된 폭행에 두려움을 느낀 A군은 도망치기 위해 난간으로 이동해 탈출을 시도하다 결국 추락해 숨졌다.

A군이 사망하자, B군 등은 가장 먼저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들은 폭행을 한 것은 맞지만 A군이 난간에서 떨어진 것은 자살이지, 사망과는 관계없다고 경찰에 진술하기로 했다.

B군 등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입을 맞춘 대로 ‘A군이 스스로 뛰어 내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A군의 사망은 B군 등의 폭행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상해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은 A군이 사망한 후 긴급체포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들은 11월 1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출석했다. 이들의 법정 출석 모습을 보고 A군 모친은 충격을 받았다. 가해자 중 D군이 법정에 출석할 당시 입은 패딩점퍼가 바로 A군의 옷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B군 등 4명을 재판에 넘기며, D군에겐 패딩점퍼와 관련해 사기죄를 추가로 적용했다. B군 등은 법정에서도 수사기관에서와 마찬가지로 “A군이 스스로 뛰어 내렸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법원 “피해자, 성인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 겪어”

1심 재판부는 “A군은 장시간에 걸쳐 극심한 폭행한 가혹행위를 당해 극도의 공포심과 모멸감, 수치심에 사로잡혔고 폭행을 피할 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난간으로 이동했다가 추락해 사망한 것”이라며 “폭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이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A군은 장시간에 걸쳐 성인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실족해 사망했다”며 “B군 등에게 죄책에 상응하는 형벌을 가해야 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피고인별로는 △B군 징역 장기 7년, 단기 4년 △C군 장기 6년, 단기 3년 △D군 장기 3년, 단기 1년6월 △E군 장기 4년 단기 2년을 선고했다. 다만 패딩점퍼와 관련한 D군의 사기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B군 등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주범인 B군은 항소심에서 A군 모친과 합의했다. 2심은 합의를 이유로 B군에 대해 1심보다 가벼운 징역 장기 6년, 단기 3년6월을 선고하고, 다른 공범들의 형은 그대로 유지했다.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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