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는 옛말, 학생 체벌 교사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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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19. 오전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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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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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거 아버지 뭐하시노?"

영화 '친구'에 나왔던 유명한 이 대사입니다. 이 대사가 나오는 장면은, 교사의 체벌 장면인데요.

중년 이상의 독자들에겐 이런 상황이 그리 낯설지 않겠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세상은 크게 변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판결도 나왔습니다.

■ 이 정도 체벌도 범죄? 형사 재판 '유죄'

경북 □□□ 초등학교에서 2년 전 있었던 일입니다.

담임 교사 A 씨는 당시 2학년 담임 교사였는데요.

아이들을 때리는 등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판결문에 적시된 A 씨의 범죄 사실은 이렇습니다.

-글 쓰기 열 번 숙제를 안 한 아이에게 "왜 숙제를 안 했느냐" 손바닥으로 등 1회 때려 폭행
-날짜를 세지 못한 아이에게 "그런 날짜가 어디 있느냐" 검지와 중지로 머리를 1회 밀어 폭행
-청소하지 않은 아이에게 "청소를 왜 안 하느냐" 손바닥으로 등을 1회 때려 폭행.
-떠든 아이에게(다른 아이 3명이 보는 앞에서) "조용하라, 떠들지 말라." 화를 내며 손바닥으로 등을 1회 때려 폭행.

이런 비슷한 일이 몇 차례 더 있었고, 피해 학생은 모두 5명입니다.

결국 A 교사는 아동학대 혐의에 가중처벌까지 더해져 지난 8일 열린 1심 재판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또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을 40시간 이수해야 합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교사는 20년 이상 교직에 있으면서 근무성적이 우수했고 일부 피해 아동과 부모들, 동료 교사들이 선처를 바랐다고 합니다.

반면, 일부 부모와 아동은 선생님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점을 종합해 형량을 결정했습니다.

체벌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이 시행된 지도 벌써 10년, 그사이 교사의 체벌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크게 바뀌었고, 체벌 없는 학교는 이제 당연한 모습이 됐습니다.

■ 교권 상실의 시대, 학생 지도의 방향은?

그럼에도 교사의 체벌 관행은 일부 남아있습니다.

최근 3년 사이 대구에서 6명, 경북에서 7명의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처벌을 받았고, 교육부의 사례집에도 새로운 판례가 추가되고 있습니다.

교육부 [아동학대 예방 및 대처요령] 가이드북 중

학교 현장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체벌이 잘못됐다는데 동의하지 않는 교사는 없습니다.

다만 그 이후, 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잘 훈육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학생 숫자가 줄었다지만 행정 업무는 여전하고,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같은 매우 민감한 사안을 포함해 생활 지도 영역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요구되는 책임과 업무는 늘어나지만, 교육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로 고소, 고발 등 법적 다툼을 겪는 등 교사 업무를 수행하는 건 과거보다 더 위험해졌습니다.

실제 대구교사노조가 1,152명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원인 설문조사 결과, 교사의 85.8%가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48%는 교권침해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수업 관련 어려움은 16.1%에 그쳤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아이들과 잘 지내는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던 초심은 사라지고, 소극적으로 변하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존경받는 스승, 좋은 선생님이 아니라 그저 월급쟁이 직장인이 됐다는 푸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체벌 가해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렇습니다. 체벌은 분명 잘못됐고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분명하지만, 그저 월급날만을 기다리는 교사, 아이들 지도에 무관심한 교사는 애당초 체벌 가해자가 될 일도 없을 거라는자조도 적지 않습니다.

교육 당국은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교사의 아동학대 예방 사례를 교육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들이 얼마만큼 현장에 도움이 되는지, 본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선 다소 의문이 듭니다.

교사의 체벌 문제를 포함한 교육계 내부의 여러 사안은 분명 좋은 방향으로 변해왔습니다.

다만 그 변화의 길목에서 일부 혼란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학생 인권을 보호하면서, 제대로 훈육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찾는 과정에 있는 우리 교육, 모든 교육 주체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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