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없는 집 들어가도, 남편에 모욕문자 해도…불륜남 무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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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2.01. 오후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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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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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사진 뉴스1
아내가 남편이 집에 없는 사이 다른 남성을 집에 들여도 해당 남성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7년 만에 주거침입 법리를 바꾼 영향으로 1·2심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에 대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한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12월 새벽, 불륜 관계인 여성의 집에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들어간 혐의를 받는다. 당시 여성의 남편은 집에 없는 상태였다. 검찰은 "남편이 집에 없었더라도, A씨로 인해 남편의 '주거의 평온'이 깨졌다"고 보고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했다.

1·2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유죄로 판단했다. 1심에서는 A씨가 남편에게 모욕성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서도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주거침입죄만을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에게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앞서 지난해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집에 없는 공동거주자의 '주거의 평온'을 폭넓게 해석하던 기존 법리를 변경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주거침입죄 사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사진 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비슷한 사건들에 대해 무죄 선고가 이어졌고, 대법원은 A씨 사건 역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A씨가 아내의 허락을 받고 통상적인 방법으로 집에 들어간 만큼, 남편의 의사와 다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침입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A씨가 불륜 관계 여성의 남편에게 42차례에 걸쳐 모욕성 메시지를 보낸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다. A씨는 2019년 불륜관계를 들키자, 남편에게 '걍 XX 접싯물에 코 박고' 등 메시지를 보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반복적으로 보내 처벌 대상이 된다고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해당 메시지로 인해 주로 분노의 감정을 표시했을 뿐, 객관적으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이 유발되지는 않았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재판부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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