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여친이 두고 간 내 딸, 출생신고 하러 갔더니 안된대요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96)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저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는데, 아이 엄마가 아이를 맡기고는 떠나버렸습니다. 미혼부가 출생신고 하는 것이 꽤 어렵다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사진 pixabay]

제 친구의 일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오랫동안 사귀었는데 최근에 심하게 다투고 헤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아빠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생긴 후부터 다툼이 잦았는데 아이가 태어나자 자기는 키울 수 없다고 해서 친구가 데려왔다고 합니다. 막상 부모님 댁에 아이를 데려다 놓기는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데, 아이 엄마는 제 친구에게 아이를 맡긴 다음에 전화번호를 바꾸고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합니다. 키우기로 마음먹은 이상 출생신고를 해야 할 텐데 출생신고를 하러 갔다가 어려워서 그냥 돌아왔다고 합니다. 저도 명색이 법대를 졸업했는데, 친구처럼 미혼부가 출생신고하는 것이 꽤 어렵고 이해가 잘 안 됩니다.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아빠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케이스마다 다릅니다. 우선 아이 엄마에게 법률상 남편이 있는지 없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민법은 아이 엄마가 임신했을 때 어떤 남자와 혼인관계에 있었다면 아이의 아버지를 엄마와 혼인관계에 있는 남자로 추정하는 친생추정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민법 제844조).

이 경우에는 법원에서 친생부인의 재판을 하고 인지를 하는 복잡한 방법을 거쳐야 생부(生父)가 아이의 가족관계증명서에 기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아이 엄마에게 법률상 남편이 있다고 하더라도 혼인관계를 종료한 후에 아이가 출생했고, 아직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면 조금 간이로 가정법원에 생부가 인지허가 청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민법 제855조의2).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아이 엄마에게 법률상 남편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남편이 있는지 여부나 인적사항을 모른다면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사진 pexels]

아이 엄마에게 법률상 남편이 없고 아이 엄마의 인적사항(이름, 주민등록번호, 등록기준지)을 알고 있다면 아이 아빠가 출생신고를 하면서 아이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1항).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사례자 친구가 출생신고를 하러 갔다가 그냥 돌아왔다면 아마도 이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만약 아이 엄마에게 법률상 남편이 있는지 없는지는 물론이고, 위와 같은 인적사항도 모른다면 이른바 ‘사랑이법’에 따라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

위 법률이 신설되기 전에는 미혼부가 아이 엄마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① 생부가 자신을 아이의 미성년후견인 또는 특별대리인으로 선임해달라는 청구를 하여 선임결정을 받으면, ②아이를 대리하여 성·본 창설 허가 청구와 가족관계등록허가 청구를 하고, 그리하여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되면, ⓷ 아이가 원고가 되어 생부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하여 확정판결을 받으면, 생부와 아이 사이에 법률상 부자관계가 생기고, 가족관계등록부에도 생부가 아이의 아버지로 기재되었습니다.

이런 몇 단계의 불편함이 ‘미혼부의 출생신고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용기 있는 미혼부의 고백으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의 계기가 됐고, 한 번 가정법원의 확인을 구하는 신청으로 단축된 것이지요. 그런데 법원에 따라서는 엄마의 인적사항 중 일부를 알고 있는 경우에는 위 확인을 해주지 않습니다. 확인 신청이 기각되면 위와 같은 몇 차례의 재판이 있어야만 법률상 부자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죠.

통계청이 발표한 2018 인구총조사 결과에 의하면 2018년 현재 미혼의 생부가 양육하고 있는 자녀는 9066명(미혼의 생모가 양육하고 있는 자녀의 수는 2만4969명)이라고 합니다. 저는 생각보다 많아 깜짝 놀랐습니다. 혼인한 부부도 선뜻 자녀를 가지려고 하지 않는데 사례자 친구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고 사랑으로 양육하고 있는 비혼 부모에게 존경의 맘을 전합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그래서, 팩트가 뭐야? 궁금하면 '팩플'
내 돈 관리는 '그게머니' / 중앙일보 가기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