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차에 비닐 씌우는' 남편...결벽증도 이혼사유 될까요

입력
수정2020.03.28. 오전 5:30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정영희 법률N미디어 인턴]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결벽증이 심한 남편과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는 아내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입니다.

지난 19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편의 결벽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A씨가 사진 한 장과 사연을 게재했습니다. A씨의 남편 B씨는 수시로 살균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심각한 결벽증 증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A씨가 특히 싫어하는 B씨 버릇은 주차할 때마다 차를 커다란 비닐 속에 넣는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설득도 해보고 병원 치료도 권유했지만 B씨에게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A씨 사례처럼 배우자의 결벽증으로 이혼을 고려한다면, 이혼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결벽증이 치료 요하는 경우라면 이혼 가능

결벽증이란 위생과 청결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더러운 것과의 접촉으로 인한 감염이나 질병에 대해 과도한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는 일종의 강박장애입니다. 그 정도가 약하면 유난히 깨끗한 사람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심각하면 대인 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제한하거나,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자기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재판상 이혼 사유는 다음 여섯 가지입니다. 부부 중 한쪽은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데요. (민법 제840조)​

배우자의 결벽증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중대한 사유란 혼인의 본질인 원만한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돼 그 혼인생활을 강제로 계속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될 때를 말하는데요. (2005므1689 판결)​

결론적으로 결벽증을 주된 사유로 해서 이혼을 요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배우자가 타인에 비해 유독 깔끔하고 더러운 것을 싫어한다고 해서 무작정 이혼 판결이 나진 않습니다.

판례는 부부의 일방이 정신병적 문제를 보여 혼인 생활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회복이 가능하다면, 그 상대방 배우자는 사랑과 희생으로 그 병의 치료를 위하여 진력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제대로 해보지 않으면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기도 합니다. (대법원 95므90 판결)​

실제 아내의 결벽증을 견디다 못한 남편이 이혼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결혼 6년 만에 손을 자주 씻는 등 오염에 대한 강박 사고가 강해졌다고 하는데요. 남편의 사업이 기울고 외도를 의심하게 되는 일이 생기자 아내의 결벽증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정신병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퇴원하자마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아내의 결벽증과 우울증이 발병한 이후 피고의 치료를 위하여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아니하고 피고가 퇴원한 지 6개월도 경과하지 않았을 때 이혼소송을 제기해 아내의 우울증이 악화됐다"며 "아내의 정신병적 증세는 일상생활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다 하더라도 다른 가족 구성원의 신체적 안전을 해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초래하는 정도에 이르지는 아니하여, 다소 성급해 보이는 원고의 이혼 요구는 더욱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며 남편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서울가정법원 2013드단10089)

A씨는 남편 B씨의 결벽증 증세 호전을 위해 노력한 점이 증명돼야 이혼이 가능할 텐데요. A씨가 B씨에게 정신과 치료를 꾸준히 권유했거나, B씨를 직접 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를 받게 한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만일 치료를 시작했더라도 B씨가 지속적으로 치료를 거절하거나 임의로 중단한다면 민법에서 정하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결벽증을 시작으로 해 심각한 폭력성이 보이는 경우에는 이혼이 불가피합니다. 남편 C씨는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청소 문제로 자주 다퉜는데요. 아내는 심지어 세탁기가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C씨에게 세탁기를 쓰지 못하게 하고, 식사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C씨가 빨래 건조대를 쓰러뜨린 날에는 아내가 C씨 허벅지에 칼을 꽂기도 했는데요. C씨는 아내에게 정신과 치료를 제안했지만 아내는 거절했습니다.​

법원은 이 부부에게 이혼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아내가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을 남편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 해왔고, 집안 살림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하게 굴면서 남편을 배려하지 않아 남편이 빨래, 청소, 식사 등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혼인을 지속할 수 없는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될뿐 아니라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도 해당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결벽증을 이유로 이혼을 하고 싶다면 제소기간을 지켜야 합니다. 그 밖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이혼하는 경우 그 사유를 안 날로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이혼을 청구하지 못합니다. (민법 제842조)

다만, 해당 사유가 이혼청구 당시까지 계속되고 있는 경우에는 이 기간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언제든지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법 2000므1561 판결)

글 : 법률N미디어 인턴 정영희



정영희 법률N미디어 인턴

▶줄리아 투자노트
▶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머니투데이 구독하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