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떻게 죽일까, 던질까" 아동학대 40대 남성 무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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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13. 오후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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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성과 연락을 한 애인에게 흉기로 협박을 가하고 아동 학대까지 저질렀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A씨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여성 B씨의 정신과 상담 내역, 딸의 놀이치료소견서 등 8개 이상의 증거물을 제출했지만, 법원은 "범행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동학대 일러스트 [중앙포토]
"칼 든 채 협박, 아이에겐 슬리퍼 던져"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월 24일 새벽 1~4시 사이 A씨는 강원도 춘천에 있는 B씨의 집에서 흉기를 들었다. 당시 애인이었던 B씨가 다른 남성과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A씨는 자신을 말리는 B씨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네 딸을 죽이면 나갈 수 있냐"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아동학대 혐의도 받았다. 새벽 다툼 당시 A씨가 잠에서 깬 B씨의 딸(5)을 향해 "너 어떻게 죽일까. 던질까, 매달까"라고 겁을 주며 슬리퍼를 집어 던졌다고 검찰 측은 주장했다. 또 같은 해 8월 B씨의 딸이 유치원에 가지 않으려고 하자 효자손으로 발바닥을 2회 때렸으며, 11월에는 밥을 먹지 않는다며 숟가락으로 머리를 1회 내리쳤다고도 했다.

경찰차에 붙은 경찰 로고. 중앙포토
검찰은 A씨가 특수협박 및 아동학대를 저질렀음을 보여주는 주요 증거 8개 등을 첨부했다. A씨가 여성을 폭행해 벌금형 150만원을 받은 전과자인 사실도 강조했다. 징역 2년을 내려달라는 검찰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것처럼 보였다.

'8개 증거' 하나씩 지적한 법원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을 하나씩 반박했다. 우선 재판부는 112 신고사건처리표 내용과 이후 B씨의 법정 진술에 모순이 있다고 봤다. 이 신고서에는 신고 당시 A씨가 칼을 사용했거나 B씨의 딸을 학대했다는 진술이 적혀있지 않았다. 또한 신고 후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은 "B씨의 딸이 (공포에 떨고 있지 않고) 잠들어 있었다"고 기억했다.

카카오톡 채팅, 정신과 상담내역, 메모장도 A씨의 범행을 입증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B씨의 메모장에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이 담겼다"면서도 "112 신고 후 경찰이 오는데 몇십분이 걸렸다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도 많다"고 했다. 이어 "B씨는 주요 증거 일부를 고소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제출했다"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과장 혹은 축소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B씨의 딸이 진술을 번복했던 점도 지적됐다. 법원에 따르면 B씨의 딸은 해바라기센터 조사 당시 칼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고, 검찰 조사에서는 슬리퍼나 숟가락에 맞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어머니인 B씨와 질의응답 방식으로 촬영한 영상에서는 학대를 당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지난해 B씨의 딸이 받은 놀이치료 소견서는 '주 양육자(B씨)와의 불안정한 애정 관계'를 지적했다.

춘천지방법원. 연합뉴스
다만 재판부는 사건 현장 사진 중 일부를 A씨의 유죄 근거로 인정했다. 검찰이 제출한 사건 현장 사진 속 B씨의 목에 자국이 났으며 A씨가 잡았던 신발장 문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A씨에게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 "무죄 인정 못 해"
A씨의 특수협박·아동학대 혐의에 무죄 판결이 나오자 검찰 측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이 제출된 증거를 지나치게 높은 기준으로 심리했다는 이유에서다. 국가인권위원회 백서에 따르면 주변 사람에게 고충을 털어놓은 사실, 상담·치료 기록, 피해가 발생한 직후 적은 일기장 등이 중요한 정황적 자료가 된다. 법원에도 상담·치료 기록 등 정황적 자료가 점점 더 많이 제출되는 추세다.

한편 A씨를 변호한 박찬성 변호사는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정황 자료들이 제출되었다고 해서 그 내용의 합리성을 따져 볼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해 주장과 객관적 정황이 합리적으로 일치하고 있어서 믿을만한지를 세세하게 따져 본 판결”이라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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