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고 캄캄한 곳이었어요"···'지옥탕' 만들어 초등생 가둔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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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27. 오전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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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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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을 이유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 남짓 된 아이를 ‘지옥탕’이라 불린 빈 교실에 격리한 교사에게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14일 아동학대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아동학대 이미지. 연합뉴스

2019년 4월 충북 청주시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수업 도중 A교사는 학습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학생 B군을 빈 옆 교실에 보내 8분간 격리했다. B군이 간 교실은 A교사가 ‘지옥탕’이라 부르던 공간이다. B군은 이외에 ‘글씨 쓰기’를 하지 않아 두 차례 이상 같은 곳에 격리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A교사는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학부모 23명에게 탄원서 작성을 부탁하는 문자를 보내 개인정보를 침해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교사 측 “타임아웃 훈육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A교사는 “B군을 학대한 게 아니라 훈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를 빈 교실로 격리한 건 ‘타임아웃(격리) 훈육’의 일환이었다는 의미다. 타임아웃 훈육은 아이가 잘못했을 때 조용한 장소에서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는 교육법이다. 지옥탕이란 명칭 역시 동화책에서 따온 이름일 뿐 공포감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도 했다.

法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
법원은 A교사의 행위가 훈육이 아닌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봤다. 만 6세의 아동을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격리하는 일이 훈육을 위해 꼭 필요했다고 보지 않았다는 취지다. A교사는 또 수업이 끝난 뒤에도 B군을 교실에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B군의 연령을 고려하면 해당 공간을 이탈하는 등 추가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며 “피고인은 피해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쳤다”고 했다.

지옥탕은 동화책 이름을 딴 것일 뿐 겁을 주는 공간이 아니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지옥탕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 아이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했다. 근거로는 B군이 지옥탕에 대해 “무섭다”고 말한 점을 들었다. 같은 학급의 다른 아동들도 지옥탕을 ‘혼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 아동은 지옥탕에 대해 “어둡고 무섭고 캄캄한 곳”이라고 진술했다. 1심은 A교사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연합뉴스

2심도 A교사의 행위를 두고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 선고한 형이 가볍다는 검찰의 주장에는 “피고인의 나이, 환경, 범행 후 정황 등 두루 참작해보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A교사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도 이를 옳다고 보고 원심을 확정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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