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대리효도 다툼이 살인까지 가는 경우도 나왔다. 지난해 18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52세 남성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부모 부양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사실혼 관계인 동거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소유하던 아파트를 동거녀의 명의로 이전하면서 “아버지를 잘 모시겠다”는 약속을 받았는데, 명의 이전 이후부터 부양을 소홀히 했다는 게 살해 이유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수법도 잔인한데다가 피해자를 비난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대리효도로 인한 갈등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아예 A씨와 같이 셀프효도를 하자는 부부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각자 부모는 알아서 챙기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A씨처럼 연말이나 명절 때 아예 각자 본인의 원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도 “따로 용돈이나 부양비를 드리지 않겠다고 말한 배우자가 몰래 자신의 부모에게 용돈을 주거나, 대출받아서 돈을 주다 적발돼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들이 있다”며 “이런 것들이 커지며 신뢰가 깨져 이혼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 교수는 “부모 세대는 자식 세대만을 탓할 게 아니라 기존의 관례에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 사회의 구조와 관행이 현실적으로 올바른 것인지, 꼭 지켜야 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시대의 흐름에 맞게 평등하고 실질적으로 문화를 개선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후연·박현주·박건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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