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술도 마시고, 주말에 만나 영화를 보기도 했어요. 돌이켜 보면 하루 종일 같이 있거나 1박 2일로 여행을 가지는 않았지만 저는 처음 만나 식사를 하면서부터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술자리 후에 호텔에 다녀오기도 했어요. 부모님께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는 그 사람과 결혼을 계획하였어요. 집안 행사 때 만나는 친척들로부터 결혼 언제 하냐는 말을 들어도 그 사람이 있어서 하나도 속상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런 말을 그 사람에게도 했는데, 그 사람은 그냥 웃어넘기고 말았습니다. 저는 내심 진지하게 결혼에 대한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그 사람은 왠지 그 주제는 계속 회피하였고, 저는 너무 조르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해 저도 자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이 유부남이라는 거에요.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친구들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이해가 잘 되지는 않았지만 제가 유부남과 결혼까지 계획하고 있었다니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그 전의 행태가 모두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를 철저히 속이고 이런 고통을 준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9가단5116392 사건에서 “혼전 성관계를 가질지 여부는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이 결혼을 한 사람인지 여부는 성관계를 맺을 상대방을 선택할 때 매우 중요한 기초가 되는 사실이다. 일방이 자신의 혼인사실에 관해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고지하거나 상대가 착오에 빠지도록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유도하는 행위는 모두 상대방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사례자는 명백하게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니 가해자를 상대로 위자료를 지급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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