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촌 이내 혼인금지’를 정한 민법 809조는 2005년 민법이 바뀌면서 생겼다. 그 전에는 동성동본(同姓同本) 사이 결혼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었다. 1997년 헌재가 이 조항이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하며 민법을 바꿔야 하자 8촌 이내 혈족으로 금지 범위를 정했다는 것이다. A씨측은 “당시에도 ‘8촌 이내 혼인금지’가 타당한 범위인지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한 이선애 재판관은 시대상의 변화가 실제로 있는지 A씨 측에 물었다. 이 재판관은 “누군가가 청구했기 때문에 (판단해 볼) 시점이 됐다는 건가 아니면 공동체 안에서 판단할 여건이 변화했다는 건가”라고 질의했다.
"사회가 많이 변했다"는 A씨측과 달리 법무부는 “구체적인 입법 논의 등 변화의 필요성은 없었다”는 주장을 폈다. 2005년 당시 이 조항을 새로 만들 때 국민의 친족관념이나 법감정을 반영한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법무부를 대리한 류태경 변호사는 “민법 제777조 1호가 8촌 이내 혈족을 친족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기초로 한 혼인 금지 범위는 타당하다”며 “한국은 여전히 친족 관념이 강하고 친족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지역도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반면 법무부 측 참고인으로 선 서종희 교수(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의 내용을 들며 각국의 혼인 금지의 범위는 그 나라의 제도와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소설 속 베넷 가에는 자손이 여자뿐인데 당시 상속은 남자에게만 돼 사촌 남성(콜린스)과 딸의 혼인을 논하는 내용이 나온다”고 말했다. 소설 속에서 베넷가의 유산을 상속받게 되는 콜린스는 베넷가에 보내는 편지로 "상속에 대해 보상을 하겠다"며 딸과의 결혼 의사를 넌지시 알린다. 베넷 부인은 콜린스와의 대화를 통해 딸을 상속자에게 시집보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서 교수는 이를 두고 “사촌 간 혼인을 금지하면 딸에게 상속 유지가 불가능하니 서구에서 ‘혼인 금지 범위’를 넓히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근친혼 금지 제도는 상속제도나 신분 질서 유지 등 다양한 목적이 고려된 것이기 때문에 한국과 단순비교하긴 어렵고, 문화적ㆍ법제적 관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법무부 측 참고인 서종희 교수는 “모든 입법에는 예측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부작용이 바로 그 조문 자체의 위헌성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현 제도에서 혼인신고 시 8촌 이내 여부를 제도적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것은 시스템 정비 문제로 해결될 문제라는 취지다. 혼인 외 자녀·축출 이혼 문제에 대해서도 서 교수는 “세계적으로 예외적인 입법을 통해 사실혼 상태를 보호하거나 혼인외 출생자를 보호하는 법리가 있는데, 이 예외 때문에 원칙을 바꾸자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헌재는 양측 주장을 종합해 살펴본 뒤 결론을 내겠다고 알렸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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