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공개’ 배드파더스 관계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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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1.15. 오전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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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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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공공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여”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전원 무죄 평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해 그들의 신상을 공개해 온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사이트 관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15일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창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아무개(57)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이렇게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수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고, 문제 해결 방안이 강구되는 상황”이라며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의 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해,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2018년 9월부터 같은 해 10월 사이 배드파더스로 인해 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남성 3명, 여성 2명)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했다.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구해 9명 중 7명으로부터 기소 의견을 받아 지난해 5월 구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씨 사건의 경우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이후 구씨 쪽은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고 지난 14일 오전 9시30분 시작된 국민참여재판은 15시간 넘게 이어지며 구씨의 행위가 공익적 활동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검찰은 “피해자 개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볼 수 없고, 이들에게 확인절차도 없이 과다한 개인정보를 공개했으며, 이로 인해 침해된 사익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씨 쪽은 “양육비는 단순한 금전적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외국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들며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구씨는 “한국에는 양육비 피해아동이 100만명이나 된다. 아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최후 진술을 했다.

양쪽 주장을 들은 배심원 7명(예비 배심원 1명 제외)은 모두 무죄 평결을 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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