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엎어 재우고 술 마시러 나간 부모… ‘임신’ 엄마는 숨지고, 아빠만 ‘징역 4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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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22. 오후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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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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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개월 딸 엎어서 재운 뒤 15시간 방치해 숨지게 한 비정한 부모 / 아내 재판 중 숨진 후 양육 이유로 ‘징역 4년’ 선고받은 20대 아빠 / 대법원, 상고 기각 ‘형 확정’

본 기사와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생후 3개월 된 딸을 엎어서 재운 뒤 15시간 넘게 돌보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비정한 아빠가 ‘징역 4년’의 형이 너무 가혹하다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그의 상고를 기각하고 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오후 6시쯤 목도 가누지 못하는 생후 3개월 딸을 엎어 재운 뒤 아내인 B씨와 저녁을 먹으러 외출했다. A씨와 B씨는 그 자리에서 술도 마셨다.

A씨는 같은날 오후 8시30분쯤 귀가했지만, 딸의 상태도 보지 않고 잠들었다.

엄마이자 A씨의 아내인 B씨는 다른 술자리에 가 그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B씨는 A씨를 불러내 아침식사를 한 뒤 바로 출근했다.

A씨는 직장일을 하는 B씨 대신 아이들의 양육을 도맡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와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 9시30분쯤 집으로 돌아온 A씨는 그제야 딸이 숨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후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질식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A씨 부부의 딸은 미숙아로 태어나 부모의 각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A씨와 B씨는 아이가 있는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일주일에 2~3회 이상 아이를 두고 외출해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딸의 엉덩이는 오랜 시간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 생긴 발진으로 피부가 벗겨져 있었다.

A씨 부부에게는 3세 아들도 있었지만, 아들 역시 제대로 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어린이집 교사는 A씨 부부의 아들이 곰팡이가 묻은 옷을 입고, 몸에서 악취도 났다고 진술했다.

대법원. 연합뉴스

딸 사망 이후 A씨 부부는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양육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B씨 역시 “직장 때문에 주양육을 남편에게 맡겨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유기하지는 않았다”고 항변했다.

1심에서 A씨와 B씨는 각각 징역 5년,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부모로서 취해야 할 최소한의 보호조치만 했더라도 딸의 사망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B씨는 딸이 사망할 당시 직접 어떤 행위를 하지는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후 A씨 부부는 항소를 제기했다. 그런데 항소심 당시 셋째를 임신 중이었던 B씨는 출산을 위해 구치소를 잠시 나왔다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원은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B씨의 사망으로 A씨는 홀로 법정에 서게 됐고 2심에서 1년을 감형받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딸이 생후 4개월을 채 살아보지 못한 채 친부모의 방치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면서 “아이의 부모가 일주일에 2~3회 이상 외출해 술을 마시는 등 우연히 딸이 사망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A씨가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재판받던 배우자가 사망하는 등 또 다른 비극을 겪어 추후 혼자서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징역 5년에서 4년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A씨는 죄가 너무 무겁다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옳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호를 했다는 사정이나 이들이 피고인에게 애정을 표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친권자로서 피해자의 건강과 안전, 행복을 위해 필요한 책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심 판단에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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