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촌 이내 결혼은 '금지된 사랑'?..."혼인의 자유 침해" vs "공동체 질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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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12. 오후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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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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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서는 현행법상 8촌 이내 혈족끼리는 결혼이 금지돼 있는데요.

혼인의 자유를 부당하게 막는 걸까요, 공동체의 질서를 위해 불가피한 걸까요?

해당 법 조항 때문에 6촌 배우자와 결혼했다가 무효가 된 사람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는데, 오늘 공개 변론이 진행됐습니다.

한동오 기자입니다.

[기자]
A 씨는 지난 2016년 5월 배우자 B 씨와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석 달 뒤 B 씨는 A 씨와 6촌 사이라는 이유로 혼인 무효 소송을 냈고, 법원도 받아들였습니다.

8촌 이내 혈족끼리는 혼인하지 못한다는 민법 조항이 근거가 됐습니다.

A 씨는 해당 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가 근친혼 금지를 놓고 공개 변론을 열었습니다.

혼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질서 가운데 무엇을 지키는 게 헌법 가치에 맞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청구인 A 씨 측은 외국 사례를 내세워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독일, 스위스 등은 부모·자식 등 직계가족이나 형제, 자매가 아니면 혼인을 허용하고 있고,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도 4촌 이상 방계혈족은 혼인이 허용된다는 겁니다.

유전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6촌이나 8촌 혈족 사이 결혼은 자녀에게 유전 질환이 발현될 가능성이 비근친혼과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샛별 변호사 / 청구인 A 씨 대리인 : 주요 국가의 입법례를 보면 8촌까지 혼인을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예컨대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3촌까지의 혼인을 금지하고 4촌 이상의 혼인을 허용하거나….]

반면, 소관 부처인 법무부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공동체 의식을 내세웠습니다.

근친혼 자녀에게 나타날 수 있는 유전 질환과 생물학적 취약성을 방지하는 동시에 우리 민족의 혼인풍속과 친족 관념,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핵가족화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2세대 이상 가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등 혈족 중심의 공동체 의식이 기초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류태경 변호사 / 법무부 측 대리인 : (민법이) 이와 같이 규정한 것은 가족 및 친족을 기본단위로 하는 우리나라 사회 구조 및 특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민법상 근친혼 금지 조항이 우리 고유의 동성동본 결혼 금지 전통에서 파생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따라서 상을 치르거나 제사를 지내는 조상 중심적 풍속을 고려하면 8촌이 근친이라는 개념은 타당하지만, 혼례는 자기중심적 경향이 강한 만큼 너무 포괄적이라는 반론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전경수 /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근친이라는 개념을 어느 정도 공유하는, 사회적 규범으로서 공유하는 게 바탕이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동성동본 금혼제도는 지난 1997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뒤 2005년이 돼서야 8촌 이내 혼인 금지로 바뀌었습니다.

23년 만에 다시 위헌 심판대에 오른 근친혼 금지 조항이 시대 변화에 따라 또 한 번 바뀌게 될지 주목됩니다.

YTN 한동오[hdo86@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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