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아동학대범’ 몬 원장… 지역사회 힘 모아 내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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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16. 오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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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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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갑질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학부모 등 함께 진정… 퇴출시켜
직장갑질119, 극복사례 공모 ‘대상’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한 줄기 빛을 봤습니다.”

직장에서 폭언과 따돌림, 업무 배제를 당해왔던 사회복지사 박모씨는 지난 5월 도청 인권센터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는 결정문을 받아들었다. 군청과 고용노동부, 국민신문고에 수차례 넣은 진정이 연거푸 좌절된 뒤 얻은 값진 결정이었다. 다른 기관에서는 박씨의 직장이 ‘5인 이상 사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기계적인 답변만 했다.

그러는 사이 직원들의 ‘갑질’은 지속됐다. 박씨는 업무에 사용되는 공유 문서를 사용하지 못했고, 행사에서도 배제되는 괴롭힘을 당했다. 센터장 역시 그에게 고성과 욕설을 했고, 박씨의 아이가 입원해 연차를 신청하면 무단결근으로 처리해버리기도 했다.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던 박씨는 “여기서 포기하면 내가 지는 거다. 내가 잘못한 것으로 인정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박씨에게 가해진 괴롭힘이 인정받은 데는 시민단체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노무사와 변호사 등 노동전문가로 구성된 직장갑질119는 박씨와의 상담을 통해 갑질을 인정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절차를 안내했다.

15일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박씨의 사례가 ‘직장갑질 뿌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지난 두 달간 진행된 공모전에는 직장 갑질을 해결한 사례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변화 사례 등을 담은 수기 17편이 모였다. 박씨의 사례를 비롯한 총 6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대상에는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의 부당한 직장 갑질을 동료와 학부모, 지역사회와 연대해 원장의 위탁 해지를 끌어낸 이 모 씨의 작품이 선정됐다.
직장갑질119 회원들이 지난 7월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갑질금지법 시행 1년'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금지법 개선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이 씨는 지난해 이직한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괴롭힘을 받아왔다. 원장은 동료 교사들에게 이 씨의 험담을 하거나 ‘학부모들이 이 씨를 싫어한다’,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등의 말을 했다. 평소 이 씨의 성품을 알던 학부모가 원장에게 항의하자 원장은 이 씨를 ‘아동 학대범’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방식으로 보복했다. 정신질환까지 얻게 된 이 씨는 시민단체 등의 도움을 얻어 원장의 갑질을 노동부와 시청에 진정했다. 학부모들도 탄원서를 제출하며 원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행정 감사가 진행된 후 원장의 위탁은 취소됐고 현재 어린이집은 사회서비스원의 위탁을 받고 있다.

이 씨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학부모와 동료, 지역사회와의 탄탄한 연대를 통해 원장 위탁 해지라는 결론에 이른 감동적 사례”라며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게 노동조합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준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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